꼼짝 마라!
움직이면 쏜다!
경계를 서는 초병(哨兵)이 갑자기 나타난 미상의 물체나 사람을 보고 정지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니다.
도둑맞는데 이갈이 난 주인장이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깨 도둑질을 하려고 야음을 틈타 집안으로 살금살금 기어 들어오는 도적한테 지르는 소리도 아니다.
토끼 몰이꾼들과 포수들이 길목마다 지켜 서 있거나 덫을 놓고 토끼를 궁지로 넣으면서 너는 독 안에 든 쥐니 괜한 힘 낭비하지 말고 순순히 응하라고 윽박지르는 것도 아니다.
기 칼 옆에 찬 서슬 시퍼런 순사가 콩도 늙은 말이 잘 먹는다고 하듯이 뇌물을 집어 먹는 데는 달인인 탐관오리의 독직 사건 단서와 증거를 확보하고 너는 이제 끝장이라고 겁을 주는 소리도 아니다.
남편이나 아내가 아내나 남편을 보고 다 잘 살자고 하는 짓이니 섣부른 짓 하지 말고 일찍 일찍 들어오거나 집안에 틀어박혀 있으라며 당신은 내 손 안에 있다는 경계심을 재삼 확인하는 압박의 소리도 아니다.
인간의 눈보다 더 밝은 새로운 스타일의 눈들이 너를 보고 있다.
그도 미심쩍어 스냅이나 동영상으로 사진까지 찍고 있다.
고로 잘 못 했으면 그 눈들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순순히 응해야지 안 그러면 크게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니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다.
로봇한테 사람이 끌려 다닌다는 공상과학소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외출을 하면 하루에 몇 십번씩 CCTV에 사진 찍힌다는 것은 약과다.
경찰 망에 차량의 동선까지 확인이 가능해진단다.
거기까지도 그런대로 이해가 된다.
개인들의 블랙박스에 의한 촬영과 파파라치들에 의한 촬영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고 있단다.
문명의 이기에 종속되는 불행이 점차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모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고 정비된 준법상태에서 잘 운용된다면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보호에 큰 문제가 없을 테지만 안 그런 상태에서 마구잡이식으로 수요자들 편리에 따라 찍어대는 현실이라면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역시 써드 아이(third eye : 제3의 눈 : CCTV, 블랙박스, 휴대폰 카메라 등을 통해 촬영된 영상)의 위력은 대단하다.
남의 일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내가 당할지 모르는 나의 일이기도 하다.
부군인 김(金) 아릭스 형제님이 전한 류(柳) 데레사 자매님이 블랙박스에 찍힌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황당한 그러나, 당한 자매님 측에서 보면 황당하지만 고발한 상대방이 볼 때는 그렇지도 않은 그 블랙박스 건은 첨단 과학기술의 득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었다.
자매님은 자동차 전문가이시다.
전문가가 차로 인하여 당하시다니 쯧쯧이다.
자매님이 어디엔가 갔다가 길을 잘 못 찾아 어느 구간에서 주행을 하는 중에 멈칫거렸단다.
보통 그럴 수도 있는 일이어서 길 찾기가 어려웠다는 불평을 한 적은 있지만 운전하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교통 위반으로 인한 동영상 신고가 들어왔으니 경찰서로 출두하여 해명하라는 통보가 왔단다.
전혀 그런 일이 없었는데 무슨 일인가 하고 동네 경찰서에 가 봤더니 본인이 운전한 그 차가 고스란히 찍혔더란 것이다.
그 거리에서 길을 찾느라 멈칫거려 뒤차한테 교통 방해를 한 동영상이 자세히 찍혀 있더란 것이었다.
기가 막혔지만 위반한 것은 사실이어서 스티커를 발부 받아 벌금을 내고는 담당 경찰관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나먀 하소연을 했더니 그런 동영상신고가 얼마나 많은지 업무가 폭주하고 있어 자기들도 골치 아프다고 하더란 것이었다.
그 것 하나만 봐도 교통법규 위반 문제 이상이다.
문명과 과학으리 발달로 인한 폐해와 삭막해진 인심에 대한 문제가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닌 것이다.
모든 걸 법으로 해결하고, 돈으로 풀고, 힘으로 해내려는 인간경시의 풍조 때문에 스스로를 부정하는 단계를 차곡차곡 밞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불행 그 자체라 아니 할 수가 없다.
안전 운전의 도구로 쓰여야 할 자동차 블랙박스가 사람 잡는 기계와 사건 수사하는 방법으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니 탈인간화(脫人間化) 현상을 부인할 길이 없는 아픔이 있다.
앞으로는 무단 주정차(駐停車)나 미미한 교통위반 행위도 거의 가 CCTV나 블랙박스나 휴대폰에 의하여 찍힐 수 있는가 하면 맘먹기에 따라서는 공식적인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교통질서 확립이 제대로 될까나?
아마도 앞으로는 자발적르 디미는 애경사(哀慶事) 봉투보다도 강제적으로 내야 하는 교통위반 범칙금의 붉은 딱지가 더 빈번하게 날아올 것 같다.
그러므로 몇 백만 원의 교통관련 벌금 체납액을 갖고도 도로를 질주하는 대포차나 하루에도 여러 번 씩 찍히지만 부담 없이 벌금을 선뜻 내는 고급차가 아닌 써금써금하고 선량한 차들이나 사람들한테는 “꼼짝 마라” 가 성립이 잘 되고 유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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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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