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십 년 전의 일이다.
2004년 여름에 청우회(靑友會)의 조(趙), 최(崔), 강(姜), 임(林), 김(金) 다섯 부부가 중국을 경유하여 백두산에 다녀왔다.
주 여행지는 백두산이었다.
경유지는 심양, 연변, 이도백하, 혜란 강과 일송정의 용정, 두만강, 장춘 등이었다.
그 여행을 통하여 우리 민족의 영산에 올라보는 감격스러움도 느꼈고, 민족분단의 아픔과 중국 동포들의 애환을 함께 하면서 눈물도 여러 번 흘린 기억이 난다.
그 때 거금을 들여 비산악인으로서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부부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등산복을 한 벌 쫙 빼 입었다.
그 당시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브랜드인 K2 제품이었다.
어째서 브랜드 명을 낯서른 K2로 했는지 모르지만 세계 제 2봉인 히말리아의 K2봉(8,611m)을 염두에 두고 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었다.
지금은 야성적인 이름의 브랜드 아웃도어 회사들이 가격대별로 많이 있어 각자의 호주머니 사정과 기호에 맞게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었지만 그 당시만 해당 메이커가 몇 개 안 됐는데 그 중에서 K2가 가장 인기 있는 고급 제품으로 통했다.
일행들로부터 동네 야산도 제대로 오르지 못 하면서 옷만 번드르하게 사 입었다는 야유를 듣기도 하고, 우리는 산을 못 타니 옷이라도 좋은 것으로 잘 입어야 공평한 것 아니냐는 조크로 맞받아치기도 했다.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구입한 것은 별다른 의미나 과시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언제 다시 등산복을 살거라는 보장도 없는데 한 번 사면 마르고 닳도록 입을 것이라는 계산 서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데 그 계산은 적중했다.
적중도 아니 너무 적중이었다.
지금은 구닥다리가 된 그 등산복이 얼마나 원형 보존이 잘 되고 튼튼한지 제발 좀 헤지라고 시멘트 바닥에 문질러도 거뜬할 판이다.
아주 사용 안 한 것도 아닌데 아직도 새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는 앞으로 언제까지 입을 줄 모를 정도로 성성하여 계속 이용할 판인데 한 번 입고 나가면 다른 사람들이 아주 없이 산다면 모르지만 그도 아닐 텐데 아직도 만주 벌판에서 개 장사할 때 입던 옷을 입고 다느냐고 놀려대는 것을 싹 무시하기는 좀 그래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약과다.
엊그제는 대학 학과 학회장 할 때 입던 조끼를 어디에다 뒀는지 한 참을 찾았다.
검정 색 조끼가 회색으로 변할 정도로 낡은 조끼이지만 몇 년 전까지도 입고 다녔는데 찾아도 없는 것을 보면 술 취해서 어디에다 벗어뒀다가 안 갖고 온 것 같다.
가까운 지인들께서 아시면 궁상 좀 그만 떨라는 핀잔을 받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것이 편해 누가 뭐래도 개의치 않을 자신이 있다.
오늘은 2K 얘기를 하려다가 K2얘기가 길어졌다.
글씨 자체는 뒤집어 놨을 뿐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 같이 비스 무리하지만 엎어 치나 잦혀 치나 전혀 상관이 없는 다른 얘기다.
두 김(金)에 관한 이야기다.
한 K는 본 성이 진짜 김 가로서 중국에 다녀오고 나서 국감에 증인으로 출두하여 연시 고개를 숙이고 침울하며 억지웃음을 지으며 귀국보고회와 낙하산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50대 후반의 여사(女史)님이시고, 다른 한 K는 예명이지만 내내 같은 성의 김 가로서 역시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고개를 세우고 방글방글 웃으며 아파트 관리비 건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는 50대 초반의 여우(女優)님이시다.
K가 둘이니 2K로 정한 것이고, 정하고 보니 K2 아웃도어와 통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그 들에 대한 인물이나 내용은 눈여겨 볼 것 아니고, 먹거리를 찾아 헤매는 언론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비교 조명하여 촬영한 보도 사진이 특종이 되어 나돌아 재미있었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신경 쓰면 재미를 더하기 위하여 3K, 4K, 5K는 물론이고 그 이상도 얼마든지 만들 어 낼 수 있지만 같은 김 씨로서의 내 입장에서는 자긍심과 수치심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므로 좀 그렇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고 오늘은 여기서 접는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효막심 (0) | 2014.10.30 |
---|---|
끼 (0) | 2014.10.30 |
다중포상과 가중처벌 (0) | 2014.10.28 |
꼼짝 마라 (0) | 2014.10.27 |
눈에 뵈는 게 없어서 (0) | 2014.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