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원만하게 지내는 데 큰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 말을 영어로 번역한 것을 보니 “Although you speak anything foorly, I can understand very well” 라는 문구인데 적절한 것 같다.
속담이든 격언이든 그 풀이가 다양할 것 같은데 요지는 간단할 것이다.
직설적으로 풀이한다면 조금 틀리게 말하거나 잘 말하지 못해도 잘 알아듣는다는 뜻일 것이고, 우회적으로 풀이한다면 긍정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어 받아들인다는 뜻일 것이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오전까지는 그런 셈으로 부는 바람인 와중에도 넘치는 웃음의 건들이었다.
어제 저녁 후식으로서의 이(梨) 건.
이(李)와 장(張) 님 댁에 감과 김 무친 반찬을 배달하고 들어오니 갈마동에서 가져온 배를 깎아 먹던 데보라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이 배는 분명 S 옥천 농장 배인데 언제 거기를 다녀왔다는 이야기잖아? 우리가 오랫동안 못 가봐서 미안하긴 하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듯이 잘들 계시겠지 뭐. 큰 비밀이랄 것도 없는데 누구라도 다녀왔으면 또, 무슨 이야기가 있었으면 전해주면 고마울 텐데 쓰리 쿠션으로 알게 되다니 영 뒤통수 맞은 기분이네” 라고 했다.
서운해 하는 것 같아서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니 서로 부담스럽게 너무 알려고 하지 말라고 다독거리며 맘을 달래줬다.
오늘 오전이다.
성당 가는 길에서의 건.
프란치스코 대자님이 우산을 쓰고 주차장 쪽으로 가시기에 차를 가지러 가는가 보다 하였더니 아파트 단지 앞에서 정차하여 보니 걸어가다가 건널목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운전자들이 그래서는 안 된다며 그토록 싫어하는 혐오시하는 경적(警笛)이지만 내가 닥치자 어쩔 수 없이 빵빵 거리고 울려대며 빨리 타시라고 소리를 질렀더니 알아보고 얼떨결에 차 옆으로 오시는데 뒤에서 야단났다.
푸른 신호등인데 왜 가는 것이냐며 그럴러면 지랄했다고 차를 갖고 나오느냐는 표정으로 인상을 쓰는 영업용차가 얼마나 빵빵거리는지 화가 났다.
자기들은 언제 어디서든 필요에 따라 팍팍 서면서 남들이 그러면 눈뜨고 보질 못 하니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들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이어서 은근히 짜증도 나 이거 시동을 끄고 서 있어 말어 생각하다가 함께 그래서는 안 되지 하고는 손을 흔들어 미안타는 표시를 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성당 지하 주차장에서의 건.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자 평상시에는 여간해서 정장한 것을 보기 어려운 김(金) 연령회장님이 정장 차림으로 연도 책을 구루마에 싣고 나오는 폼이 어찌나 우습던지 다가가서 “위령미사 하는 오늘에 회장님은 생일이신데 그렇다고 이렇게 쪽 빼 입으시다니 전혀 딴 분 되셨어요”라고 했더니 예물 봉헌까지 겹쳐서 그랬다며 겸연쩍게 웃으셨고, 전 꾸리아 단장 이(李) 자매님은 성당 계단에서 굴러 골절됐던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절뚝거리면서도 부군이 안고 가는 손녀인지 손자인지 하는 아이를 쫓아가면서 뭐라고 하는데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저러다가 사고 재발될지도 모르는데 왜들 저러시지 하는 생각이 드는 모습이었다.
성당 안에서의 건.
나이답지 않게 기교를 부리는 연도 선창자 김(金) 단장님, 뭐가 뭔지 종잡기 어려울 정도로 나 홀로 북 치고 장구 치며 웃다 울다 하시는 어른과 고개를 수그리고 무표정하게 침묵 무드를 견지하는 가족들,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 눈을 안 마주쳤다고 골나고 농담하시는 정(鄭) 자매님, 연시 하품을 전염시키는 뒷자리의 오(吳) 단장님, 냉담자들에게 전달할 주보를 한 움큼 챙기는 권(權) 자매님과 최(崔) 구역장님, 아파트 관리 문제와 관련하여 삐딱하게 나가는 아우를 잠재워 달라고 진지하게 부탁하는 우(禹)총무님이 눈에 띠었다.
성당 교육관에서의 건.
왕년의 핸드볼 선수답게 큰 체구와 씩씩한 자세로 체부 책을 들고 다니면서 회비를 미납하신 분들은 완납하시라고 호탕하게 다그치는 배(裵) 회계님, 그렇게 교육에 안 갈려고 했는데 가게 됐다며 잘 받고 오겠다고 새끼 조폭처럼 인사하는 김(金) 형제님, 영감님 왜 안 오셨느냐고 하자 낮 활동은 끊고 밤에만 움직인다며 웃으시는 정(鄭) 봉사자님, 다 아는 사실을 빅뉴스나 캐치한 것처럼 큰 언니 귀때기에 대고 속삭이는 이(李) 간사님, 안 돌아가는 회원들의 혀에 기름이라도 치듯이 큰소리로 노래하는 김(金) 주간님, 바쁜데 내가 몰아서 다 할테니 주보 전달 봉사 대상자 주소를 이메일로 보내달라며 명함을 줬더니 기분좋은 표정을 짓는 강(姜) 부단장님이 돋보였다.
귀가하는 길에서의 건.
거구답지 않게 공손하게 인사하시며 마나님은 칼국수 끓여서 먹고 텔레비전 시청하고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백수 그룹의 14층 영감님, 주인장이 일하기 싫은 지 언제부터 주차장에 받쳐있는지 모를 정도로 낙엽이 수북이 얹혀있는 개인택시, 너덜거리는 번호판을 1년도 넘게 그냥 달고 다니는 중형차가 여전히 보였다.
바람 심하게 부는 험상궂은 날씨다.
날씨만큼이나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여러 일들이 있었다.
건 건마다 자칫 잘못 하거나 오버하면 곱지 않은 말이 나오고 인상이 찌푸려질 수도 있는 예사롭지 않은 상황들이었다.
그런데도 다 이해한다는 의미의 넘치는 웃음이라니 그만큼 내공이 쌓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떡같이 말하더라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된다는 말에 대한 좋은 예시의 글도 있어 흥미롭게 봤고, 그게 너그러운 마음과 흐뭇한 감흥을 더 해 주는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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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