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쉬운 떡, 눈물 빵

by Aphraates 2014. 11. 3.

은행에 가다가 G식당 사장님을 만났다.

같은 동네 사람으로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다.

객(客)들이 모여 한 동네를 이룬 아파트촌이기 때문에 토박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말하자면 제 2의 고향 사람들인 것이다.

악수를 하면서 반갑게 인사할 관계는 아니고 오가며 마주치면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는 이웃인 정도의 관계다.

나는 “사업 여전 하시지요?” 라고, 그는 “건강하시지요?” 라고 가볍게 인사를 하면서 지나쳤다.

 

어제는 이발소에 갔다가 다시 그 양반을 만났다.

여전히 그렇고 그랬다.

또 만나서 더 반가운 것도 아니고, 또 만났다고 해서 얼굴을 찡그릴 것도 아니었다.

살갑게 나눌만한 인사말도 없었다.

내가 먼저 “또 만났네요" 라고 가볍게 인사를 했더니 그도 가볍게 웃으면서 ”그러게요“ 하고는 먼저 가니 천천히 일 보시고 가라며 나갔다.

 

그가 나가고 나서 이발소 주인장과 얘기를 나눴다.

내가 “저 양반 식당 잘 되나 모르겠어요. 내 취향이 아니라서 잘 안 가고 어쩔 수 없을 때나 한 번 가보는 정도여서 미안하기도 하네요. 돈도 많이 벌었다는 소리를 들었고, 그만큼 사람들을 상대로 하여 영업을 했으면 핸섬해질 때도 됐는데 촌티 나는 것은 여전하시구먼요” 라고 했다.

주인장이 정색을 하셨다.

저 양반 장사 수완이 대단하다고 운을 떼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하셨다.

대박으로 성공한 식당이 커지다 보니 여러 가지 제약되는 것들이 많아 주식회사 형태로 바꾸었고, 본인은 사장을 맡고 나머지 가족들은 대부분 임원이 되어 주차 관리하는 사람도 무슨 이사라고 하고, 보통 사람과는 무지하게 독한 특이한 사람이라고 했다.

내가 다시 난관을 극복하고 남을 이기며 돈을 벌고 출세를 하려면 사람이 악랄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 했다.

그리고 최근 S그룹 창업공신들이 스톱 옵션으로 보유한 주식의 상장으로 수 천 억 원 대박을 터트리게 된 K&L 사장에 관한 기사가 대서특필되었던데 그만한 피눈물 나는 노력의 댓가이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고 기사 내용대로 샐러리맨의 신화일 뿐이니 누구는 그만큼 열심히 안 살은 것도 아닌데 너무 불공평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어서 로또처럼 우연히 떨어진 쉬운 떡과 스톱 옵션처럼 수 십 년을 공들여 얻은 눈물 빵을 예로 들어가면서 왜곡된 둘의 모습으로 변모한 딜레마가 우리들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처럼 정직하고 안정된 사회를 이루기까지는 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더니 정말로 그렇다면서 고개를 끄떡이셨다.

 

삼성전자(三星電子) 주식 생각이 난다.

놓친 고기가 크다는 아쉬운 이야기일 수도 있고, 있지도 않은 상그릴라를 찾아 험난한 티베트 지역을 헤매는 허황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정확한 해는 기억 안 나지만 정황상으로 볼 때 1985년도에서 1989년 사이다.

 

그 때 청양(靑陽)의 우리 사업소에 증권 바람이 불었었다.

인근 대천에 H증권 지점이 생기면서부터다.

각자 취득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알게 모르게 증권 투자를 했고, 초창기에는 희희낙락했지만 열기가 시들해진 끝 무렵에는 대부분이 적잖은 돈을 날리고 끙끙 앓으면서도 안 그런 척 하고 표정관리 하기에 바빴다.

지나가는 한바탕 바람으로 마무리한 것이 다행인 것 같다.

주식을 계속하여 성공했다는 사람 이야기가 없었던 것으로 봐서는 안간 힘을 쓰고 버텨봤지만 결국은 상당한 손해를 보고 증권투자를 종료했을 것이 뻔하다는 추측이 가능했다.

 

대부분의 주식이 5,000원 액면가로서 거래가는 만 원에서 삼만 원대였는 데 유독 우량주식이라는 대우증권과 삼성전자 같은 것은 오만 원대였다.

대전의 작은 아파트 즉, 샐러리맨들이 장만할 수 있는 20여 평 대 주공 아파트가 삼천 만 원 정도 하던 때이므로 비싼 주식이었다.

 

이 장면에서 놓친 고기의 허상을 그려보는 것이다.

물론 그 정반대의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좀 무리를 해서라도 대전의 아파트 한 채 값인 삼천 만원을 마련하여 장기적으로 계산하여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면 600주다.

쪼들려도 버터가면서 돈이 조금 생기면 단주(單株)로 라도 틈틈이 사 모으고, 유무상 증자를 계속하여 받아 눈 딱 감고 그대로 두었으면 지금쯤에는 최소한도로 잡아도 6,000주 정도는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 주식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90억 원(6,000주 X 1,5000,000/주=9,000,000,000)으로서 그 하나만으로도 자수성가한 셈 치고는 대단한 성공인 것이다.

선견지명이 있어 머리만 잘 썼으면 큰 고생 안 하고도 적어도 경제적인 면에서는 떵떵거렸을 텐데 타고 난 것이 짧은 소견에 안 돌아가는 머리인 것을 누구를 탓할 것도 못 된다.

더 못하게 됐을지도 모를 어떤 사람들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 만수무강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

정반대로 생각하여 유산으로 받은 토지를 팔아 마련한 막대한 돈을 투자를 한 얼마 후에 상장 폐지되어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가 된 주식에 투자했다가 패가망신하여 그 후유증으로 인하여 90억 원은 고사하고 90만원도 없어서 빌빌거릴 수도 있다.

 

하오면 김(金)선생은 어느 쪽에?

그런 걸 얘기할 처지도 아니지만 굳이 한다면......,

 

주변 분위기에 부화뇌동하다가 제법 충격이 있었던 레프트 잽을 한 방 얻어맞고는 시름시름할 때가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그런 모험심과 사행심은 싫어하는지라 돈에 대해서 개념 없이 살았는데 전자 쪽은 절대 아니고 여유나 부족한 것을 따지자면 후자 쪽에 가깝지만 큰 불편은 없으니 삼성전자 작전을 펼치지 못한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현 상태에 대해서 큰 불만은 없다.

쉬운 떡도 아니고, 눈물 빵도 아닌 그럭 저럭 먹을 수 있는 찰떡이라고나 할까?

 

얼마 전에는 모임에서 주식은 사더라도 고가의 우량주를 사야 한다며 삼성전자를 사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던 후배님을 만났다.

그 때 시작했던 삼성전자 투자는 죽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랬으면 지금 이러고 있겠느냐면서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한 가지 주식을 고집했다면 올바른 투자가라고 하기보다는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바로 쉬운 떡과 눈물 빵을 한 손에 쥐는 성공 투자기법이자 인생 역정드라마이련만 다들 그러질 못 하니 땅을 치는 것이리라.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츄리닝복은 집어넣고  (0) 2014.11.05
동지섣달 하루 볕  (0) 2014.11.04
부는 바람, 넘치는 웃음  (0) 2014.11.02
기다림의 미학  (0) 2014.11.02
근본(根本)  (0) 201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