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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동지섣달 하루 볕

by Aphraates 2014. 11. 4.

 

오뉴월 하루 볕이 길어 무섭다면 동지섣달 하루 볕은 너무 짧아 같잖다는 것인가?

반대로 오뉴월 하루 밤은 밤이랄 것도 없이 금방 새서 별 볼 일 없고, 동지섣달 긴긴 밤은 길어도 길어도 너무 길어 만리장성을 쌓고도 남는다는 것인가?

 

꼭 한 달 전에 강원도 산자락인 홍천은 산에는 단품이 붉게 물들고 가로의 샛노란 은행나무 잎은 다 떨어져 가고 있어 앙상했는데 그 자태가 충청도 내륙 마곡사(麻谷寺)길에 펼쳐지고 있다.

 

 

미당 본가에 다녀오면서 일부러 마곡사 길로 돌아서 왔다.

드라이브 길로 참 좋은 그 길로 넘어오면 무슨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기도 하고, 중간에 있는 세종 시는 잘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였다.

자주 지나치는 추억의 옛길이기에 일부러 단풍에 취할 것은 아니었다.

일주문(一柱門)에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절과 뒷동산을 바라보는 것으로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의 정취를 흠뻑 호흡하고 왔지만 거리 상으로 보나 위도 상으로 보나 그리 멀지 않은데 홍천과 공주의 일력 차이가 한 달이라니 신기하다.

아무리 저물어가는 송년의 빛일지라도 한 달의 빛이라면 대단한 차이다.

그런데 “그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네” 하고 그냥 지나치다니 무디어진 가을 남자의 감정임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아 울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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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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