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나의 태생 근본에 대해서 불만을 나타낸다.
우리 단군 할아버지의 한민족은 어찌하여 대륙에서 내려오고 대양에서 올라오는 한가운데인 한반도에 자리를 잡으시어 후손들이 열강 틈에 끼어 죽을 고생을 하며 몸부림을 치도록 만들었을까?
우리 김해 김(金) 씨 문중 조상님들은 왜 하고많은 땅 중에서 가장 빈촌이라는 소릴 벗어나지 못 하는 청양 고을에 정착을 하시어 자손들을 고생스럽게 하셨을까?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한 때 큰 부를 이루시기도 하셨다는데 그 돈으로 서울이나 대전 근방 논밭이나 좀 많이 사놓으시지 왜 그렇게 손바닥만 한 터와 기근에 가까울 정도로 빈곤한 식솔들을 돌보시느라고 동분서주 하셨을까?
대대로에게 불만스러운 것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세대와 그를 이어가는 후세들에게도 비슷하게 나오는 데 그 것은 단순한 책임회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것은 결코 진담이 아니다.
잘 되면 제 덕이고, 잘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무례도 아니다.
투덜리긴 해도 나의 본심은 절대로 그게 아니다.
뭘 감추는 언중유골(言中有骨)도 아니다.
그저 지나치는 일상적인 조크의 하나다.
나는 나의 부모님과 조상님, 조국과 고향이 있어 존재하는 것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그 보다 훨씬 월등한 그 무엇이 있다 해도 주관적으로 나의 것을 버린다거나 외면해서는 내가 존재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
본디없이는 살 수 없는 신토불이(身土不二) 비슷한 것이다.
그저께 대청호 주변에서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상수원보호 지역으로 묶여 많은 제약을 받고 있어서 경제적으로는 억세게 재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수몰지역이나 도심지로 변모하여 모든 것이 바뀐 사람에 비하면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상 대대로 아는 것이라고는 농사짓는 것이라며 고향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과 좁고 가난한 고향에 머물다가는 피죽도 얻어먹기 힘들다며 도회지로 줄행랑을 친 사람을 놓고 어느 쪽이 더 성공적이냐고 묻는다면 우문이 될 것이니 스스로 판단하여 현답을 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여기서 한 마디 거든다면 근본 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란 것이다.
무슨 일이 있을지라도 부모형제를 외면하고, 고향을 부끄러워하고, 조국을 부정하면서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런 처지에 놓여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는 것은 더 슬퍼할 것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나 있음직한 최악의 비애이다.
["이 나라를 떠나겠다"…어쩌다 이 지경까지] 라는 기사를 보고 세상에 이럴 수는 없다는 탄식이 나왔다.
괴로워하시는 그 분들한테 뭐 하나 도움도 드리지 못 하는 내 처지가 이렇게 초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고, 어서 빨리 그 아픔이 극복되었으면 하는 맘뿐이다.
그 분들한테는 미우나 고우나 우리가 태어나고 뼈를 묻어야 할 조국인 것을 너무 미워하지 마시라며 부둥켜안고 함께 울고라도 싶고, 그 분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제발 그 분들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피눈물이라도 멈추게 해달라고 읍소하고 싶다.
다 잘 살아보자고 이러는 것인데 왜 그렇게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고 하면서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가끔 나의 근본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증오가 아니라 애정의 발로이듯이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 해봐도 헤어날 구멍이 안 보이는 것 같은 분들이 고향과 고국을 싫어졌다고 하지만 이면에는 더욱더 함께 살아가야 할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이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슬퍼도 함께 슬퍼하고, 기뻐도 함께 기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통하게 이승을 떠난 영혼들은 이 땅을 맴돌고 있을 텐데 산 사람들이 그들을 멀리하고 먼 곳으로 떠나간다면 서로가 더욱더 가슴 메어지는 눈물을 흘릴 텐데 어떤 고통이 따르더라도 차마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인하여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비통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낙엽을 적셔 떨어트리고 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의 애통함을 아는지 모르는 지......,
질펀한 낙엽 길을 총총 걸음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은 오늘도 무척이나 바쁜 것 같았다.
현안 국내외 문제들에 대하여 정치 경제 평론가 못지않게 신랄하게 이야기하는 동네 사랑방인 상가 이발소에서 귀밑머리까지 시원 하게 쳐내는 이발을 하고 한 달에 10cm 두께의 것 한 권 꼴로 채워지는 수필집(隨筆集) 파일을 사러 S 문구 도매상으로 향하는 미당(美堂) 선생의 발걸음이 깊은 시름에 잠긴 듯이 느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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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