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大淸湖)는 무탈하고, 대덕구민(大德區民)은 안녕하시고, 옥천(沃川)의 향수는 여전한 지 한 번 돌아보기 위하여 데보라와 함께 길을 나섰다.
한적하고 가을 정취가 풍길만한 곳을 골라 지났다.
갑천변을 끼고 전민동을 지나 송강의 테크노 벨리 옆을 지날 때다.
문자 메시지 신호가 울렸다.
오가는 차들이 별로 없었지만 뒤차한테 방해가 되지 않도록 2차선으로 빠져 서행하면서 전화기를 열어봤더니 전우회(電友會)에서 온 것이었다.
누가 돌아가셨다는 부고 메시지였다.
망인(亡人) 이름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어이쿠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 이름은 친밀한 이름이었다.
지난달에도 함께 서해안 여행을 다녀왔고, 건설 현장 감리단장으로 나가 있다가 공정상 잠시 집에서 쉬는 것으로 아는 문화동 학교 동기동창에, 직장 동료에, 부부모임 계원으로 절친(切親)인 K였기 때문이었다.
맘이 다급해졌다.
자세한 것을 알아보기 위하여 비상등을 켜고 차를 길가에 세웠다.
그 순간 머리를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그 친구와 동명이인(同名異人)인 직장 선배님이셨던 분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선배님께서도 아직은 돌아가실 연세가 아니신 것 같은데 웬일인가 싶었고, 일단은 어떤 K인지 확인을 해봐야 할 거 같아 친구 전화번호를 꾹 눌렀다.
한 참 신호가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일었다.
그래도 계속 안 받자 “얼래, 정말 친구가 그랬나” 하는 소리가 나왔다.
불길한 예감으로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에 친구가 전화를 받았다.
자다 일어난 듯한 목소리로 뭘 좀 하느라고 전화를 늦게 받아 미안하다면서 웬일이냐고 물었다.
왜 그렇게 전화를 늦게 받느냐고 화를 내려다가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며 맘을 진정시켰다.
누구든지 돌아가셨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한 치 거 넌 두 치라고 하듯이 친구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한테 무슨 문자나 전화를 안 받았느냐고 했더니 전혀 없었다고 했다.
동명이인인 김 선배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 문자가 왔던데 많은 사람들이 그 메시지를 받고는 큰 김(金)이신지 작은 김(金)이신지 궁금해서 전화를 했을 법도 하다고 했더니 친구가 웃으면서 난 잘 있으니 다음 주에 부부동반으로 만나자는 해피엔딩(Happy ending:좋은 마무리)으로 작별인사를 나했다.
수많은 동명이인의 사람들이 있다.
어떤 동명인이든 간에 모두에게 진실이든 착각이든 불행보다는 행복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증약(郡北面) 양조장으로 들어가 반 말짜리 막걸리 한 통을 사서 차에 실었다.
돌아온 탕자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큰잔치를 벌이는 아버지의 맘이라던가 시월의 마지막 밤 전야제를 하자던가 하는 차원이 아니다.
호연지기의 드라이브를 하면서 즉흥적으로 떠올라 바람을 잡은 향촌회동(鄕村會同)에서 돼지 껍데기를 안주로 해서 나눌 술을 준비한 것이다.
거의 만수위가 되어 풍성하게 느껴지는 대청호를 바라보면서 나왔다가 들어가면서 막걸리 한 통 사 갖고 가니 만나자고 한 지인들이 저녁때를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자주 보고 만나는 분들이지만 조촐하나 맘이 담겨있는 뭔가를 하고 싶었는데 그게 대전 일원에서는 알아주는 증약의 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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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