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우리 동네에서만은 그래서는 안 된다.
하나 피할 수 없는 가 보다.
나한테 실익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움직이지 그렇지 않으면 꿈쩍도 안 하는 것이 먹고살기 바쁜 오늘 날의 세태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봉사단체장을 맡아 단체를 이끌어가기란 보통 고역스러운 것이 아니다.
예상됐거나 예상치 못 했거나 하는 장애물들이 많지만 자신이 응당 해야 할 일이라 알고 있기에 정성을 다 하면서도 뜻하는 대로 일이 안 풀릴 때는 서운하여 내가 왜 이런 일을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는 하소연을 하는 것이 대부분의 단체장님들이시다.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함께 어울리고 힘을 합하여 작은 성과라도 내면서 오순도순 사랑을 나눈다면 그 어떤 어려움들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겠지만 무슨 사연이 그리도 많은 것인지 자신의 뜻대로 또는 세상 돌아가는 대로 순탄하게 일이 돌아가지 않을 때는 서운한 생각이 들기도 할 텐데 그렇지 않으면 사람도 아닐 것이다.
회장님,
멀리 안 나가유.
조심해서 들어가셔유.
그저께 김(金) 오딜로 간사님이 한(韓) 안토니오 총회장님께 드린 작별의 인사말이다.
세종의 교육관에서 교육 수강생 환영식을 마치고 참석하신 분들이 주차장 광장 나무 밑에서 모여 스마트 폰을 조명으로 하여 여 간사님들께서 마련하신 간식인 쑥떡, 고구마, 삶은 달걀을 따끈한 생강차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거기에 안주로 팩 소주라도 몇 개 있었으면 더 정취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긴 했으나 참으로 정감어린 나눔의 장이었다.
간략하게 아가페를 끝내고 각자 동승한 차량을 행해 가시는데 들 행사를 주관하시는 간사님께서 어려운 처지에서도 교육을 응원하고 지원하기위하여 참석해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의 인사를 하신 것이 그 충청도 북부의 당진과 서산 지역의 오리지널 인사였다.
데보라와 차를 타고 세종시를 지나면서 파안대소했다.
옛날 동화에서나 봄직한 장면이었다.
우리 할머니가 논밭으로 일 나간 아들 내외를 대신하여 손발을 분주히 움직이며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모르는 것이 없는 이웃집 할머니가 왔다.
역시 수다쟁이의 진가를 발휘했다.
누구네 는 송아지를 낳고, 누구 어멈은 효부 상을 타고, 누구 아범은 술타령하다가 리어카에 실려 갔고, 누구 자식은 면서기 시험에 합격하고, 누구 손자는 서울 학교로 유학가고, 이웃 동네 누구네 는 시집 장가가고, 읍내에는 서커스단이 들어왔고......,
입에 침이 튀도록 한참 신나게 이야기하던 이웃집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가 듣는지 안 듣는지 자기 일을 하면서 간단하게 응, 응, 응, 대답하는 것이 흥이 안 났는지 아니면, 당신 할 얘기는 다 하고 당신 풀에 겨웠는지 우리 할머니가 돌아서서 다른 일을 잠깐 하는 사이에 야반도주하듯이 살며시 대문을 나섰다.
우리 할머니가 뜰방에서 돌아서다 그를 발견하고는 더 길게 얘기할 것도 없이 한 한 마디 인사가 “멀리 안 나가유” 였다.
영양가 있거나 없거나 소식 전해 줘서 고맙고, 어렵게 일하는데 피로 회복제 역할을 해줘 고마우니 가서 편안히 쉬었다가 언제든 다시 와도 좋다는 묵언의 메시지 같은 인사였다.
우리 할머니 인사처럼 어울리는 인사는 아닌 간사님의 인사였다.
넓은 주차장에서 멀리나 가까이나 나갈 것도 없다.
그런 구닥다리 인사는 안 맞는다.
어떻게 멀리 안 나간다는 것인지......, 우스웠다.
고마움을 표시하다 보니 얼떨결에 본토 발음이 튀어나온 것이다.
진실 그대로였다.
그래서 듣는 사람들에게 와 닿았고, 기분이 좋은 것이었다.
얼마나 가식이 없는 순박한 인사이고, 관심을 갖고 멀리 와 주신 것들이 얼마나 고마우면 자신도 모르게 저런 신토불이 인사가 나올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아울러 책임자로서 그런 간절한 인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여기면서도 어찌 생각하면 판을 벌여놔도 호응이 미미하여 그만큼 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인데 몇몇 사람만이 안달하여 뛰어다닐 것이 아니라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여러 사람들이 조금씩만 관심을 기울여 주면 못 할 일이 없을 텐데 그 방도는 무엇인가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본토 발음이 생각난다.
버터를 먹어 혀가 잘 돌아가는 미국(美國)식 본토 발음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네 본토 발음도 여럿이 있다.
특유의 사투리 억양이 센 경상도나 전라도 사람들이 서울에서 살면서는 표준어를 쓰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표가 잘 안 난다.
그러나 자기 고향 사람들끼리 만나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발가둥이 시절에 쓰던 본토 발음이 신나가 나와 어딘 출신인지 대번에 알게 되고, 사투리를 쓰다 보니 무슨 얘기들을 하는 것인지 못 알아들을 때가 있는데 그 거는 고향과 고향인 들이 한데 묶여져서 좋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우리 간사님도 아마 그러셨을 것이다.
하는 일에 보람이 있어 기분이 좋은셨던 것이다.
어색한 인사가 오히려 듣기 좋았고, 보기 좋았다.
느려터지고 답답한 충청도라는 비난과 야유가 있을지라도 앞으로 그런 소박한 인사가 자주 나왔으면 좋겠고, 얼굴 찡그리고 사는 날들이 많지만 그런 돌출 인사에 환하게 웃는 날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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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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