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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미생

by Aphraates 2014. 12. 2.

나는 향촌 모모가(某某家)의 주요 멤버다.

멤버라고 해봐야 내외(內外)인 데보라와 아프라아테스 둘 뿐이지만 지위와 역할은 다양하다.

수시로 변하기도 한다.

그 지위와 역할 중의 하나가 옛날 조선시대 궁궐 수라간 법도로 치면 데보라는 전문 조리인인 주방상궁(廚房尙宮)이고, 나는 임금이 음식을 먹기 전에 이상이 있나 없나를 알아보려고 먼저 먹어보는 목숨 방패막이 기미상궁((氣味)尙宮) 격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데보라는 별의별 것을 다 만드는 부엌데기 주방장이고, 나는 간과 맛을 보는 투정꾼 시음관인 셈이다.

달리 표현한다면 세프(Chef)와 컨서머(Consumer) 관계라 할 수 있다.

둘이 오랫동안 상부상조하며 내공을 쌓다보니 이제는 일정한 경지에 올라 수준급이 됐다.

 

우리가 음식을 만들고 맛을 볼 때는 완숙이 아니라 반숙 스타일로 한다.

처음부터 완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숙으로 만들어 요모저모로 살펴보고 투입 재료와 조리 방법을 첨가내지는 삭제를 하여 단계별로 맛을 봐 가면서 완숙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그렇게 해야 만이 최종적으로 “맞아, 바로 이 맛이야” 하는 소리가 아노지 안 그러면 만들고 맛을 보면서 만족스럽지 못 하여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그런 걸 보면 우린 선지자적(先知者的)인 면이 다분하다.

요즈음 우리가 오래 전부터 구사하던 완생(完生)의 반대 개념인 미생(未生)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드라마 재목도 있고, 덜 성숙된 초년생이라는 은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완생을 향한 미생의 역할을 하는 것에 벌써부터 익숙해진 우리지만 그런 걸 잘 모르고 살았는데 국가 사회적으로 늦게나마 그런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이 차에 구태의연한 것들이 더 쇄신이 됐으면 한다.

완생의 헛발질로 어떻게 다시 해 볼 수 없는 무리를 하는 것보다는 미생의 헛발질로 뭔가 될 수 있는 여지의 무죄가 되는 풍토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의 자화상을 비춰본다.

너무 완생이 득세하고 미생이 침몰하는 모양새다.

많이 노쇠하고 활력이 적다.

기발하고 박력이 있도록 해야겠다.

망설일 것이 아니라 서둘러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나아갈 세대는 나아가고, 밀어야 할 세대는 밀어야 한다.

그리고, 머무를 세대는 머물러야 한다.

전후좌우가 뒤바뀌거나 뒤죽박죽이 되면 그 만큼 늦어지고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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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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