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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by Aphraates 2015. 1. 12.

뻑적지근한 부귀영화를 누리지는 못 해도 나쁜 일로 남의 입방아에 오르거나 손가락질 안 받고 남들 하는 대로 하면서 어부렁더부렁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그리 쉬운 일도 아니다.

 

초등학교 동기동창회를 다녀오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다.

일 년에 두 번씩 만나서 지난 세월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도 하고, 술도 하고, 여흥도 즐기는 것이 고작인 지극히 평범한 모임이지만 기껏 참석해야 졸업생들 가운데 1/4 정도가 참석한다.

이미 유명을 달리한 친구들도 있고, 연락이 안 되거나 도저히 참석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친구들도 있을 테지만 간단하게 계산해도 1/2 정도는 참석이 가능할 텐데 그 반 밖에 안 나오는 것이다.

동창회에 나올 맘이 없을 수도 있다.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동창회에 참석하지 못 하거나 안 하는 경우라면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 하는 사연이 있을 것이다.

 

내 생각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느끼는 것은 다 마찬가지인가보다.

거의 빠지는 일이 없이 참석하는 친구들이 참석률이 저조하다고 서운해 하면서도 밥 먹고 사는 일이나 진배없는 발가둥이들 모임에 못 나올 때야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며 한 갑이 넘은 그 나이에 그렇게들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이구동성으로 말들을 한다.

머리가 다 큰아이들이 아니라 이제는 하나 둘 씩 머리가 땅 속으로 들어가는 나이에 송아지처럼 끌고 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럴 때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면 시원할 텐데 그러지 못 하는 친구들 입장이야 얼마나 답답하겠다고 안쓰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을 하는 친구들 역시 안쓰러워 보였다.

 

동창회에 참석한 친구 둘과 천호지 둘레길을 산책하면서 서울의 신사동(강남)과 말죽거리(양재동)가 개발되기 전에 그 현장에 있었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부자가 되고 출세를 해서 어쨌다는 것이냐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범하게 사는 것도 큰 은혜이자 행복이라는 데 뜻을 같이 하였다.

큰 부자가 못 되고 큰 출세를 하지 못한 패배의식의 발로인지는 모르겠으나 인생살이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百戰老將)들이 보면 기쁠 때 기뻐하고, 슬플 때 슬퍼하면서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좋고 잘 사는 것인지 가슴시린 슬픔과 뼈저린 고통을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을 재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천륜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 하는 문답 풀이는 서글픈 것이다.

 

그 친구는 왜 안 나와? 일해야 된다네.

그 애는 통 볼 수가 없어? 죽었는지 살았는지 봤다는 사람이 없네.

그 놈은 왜 그래? 동창회에 아무런 영양가가 없다고 안 나온다네.

그 년은 뭐가 그리 못 마땅해 틀어졌어? 꼴 보기 싫은 년놈 있어 싫다네.

그 는 요즘 어때? 한 번 쓰러지더니 악화되는 것은 아닌데 기를 못 펴네.

그 작자는 근황이 어때? 간첩인지 뭘 하는 모르는 클레믈린이네.

그 분은 어째 그러신댜? 제가 무슨 왕자와 공주라고 꼴값 떨고 있네.

 

평범하게 살지 못 하고 이런다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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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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