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文壇) 모임을 끝내고 나오는 데 정(鄭) 시인이 한 손에는 핸드백을 들고 다른 손에는 쇼핑백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연결이 안 되는지 둬 번 그렇게 하더니 화난 표정을 지으며 전화기를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러자 함께 걸어 나오던 한 작가가 왜 무슨 일이 있느냐며 걱정스럽게 물어보자 그런 게 아니라 일행들과 함께 가다가 중간에 내릴 테니 데리러 나오라 하려고 했더니 전화를 안 받는 것이 아마도 어디선가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투덜거렸다.
그런 장면에서는 중재자가 있어야 제 격이다.
무슨 그림이 그려지는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데 그냥 지나친다면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부득불 이 미당 선생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일단 오해를 사지 않고 혈압이 오르지 않게 하기 위한 모두 발언을 했다.
이거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다거나 남 잘 못 되는 거 재미있어서 킥킥거리는 것도 아니고 같은 문단의 선배 작가로서 경험을 토대로 하여 정중하게 충고하는 것이자 조크하는 것이니 절대로 노여워하지 말라 일렀다.
金) 애들 아빠 한 게임 하러 간 것 같지요?
鄭) 오늘 특별한 일이 없을 텐데 그리고, 집에 있으면 왜 늦느냐고 전화를 안 할 리가 없는데 전화를 하기는커녕 안 받는 것이 그런 것 같은데요.
金) 틀림없어요. 요즈음은 막간을 이용하여 두드리거나 펼치는 게임이 시들한 것 같지만 하는 데서는 하는 모양이더라고요. 남자들이 게임에 몰두해 잇는데 제일 귀찮고 기피하는 것이 마누라의 전화거든요.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게임이 잘 풀려나가다도 마누라가 전화를 하여 징징거리면 정신일도하사불성이 무너져 죽을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게임시간에는 아예 전화기를 꺼 놓거나 받지를 않는 거예요. 현 상황을 미루어 짐작컨대 애들 아빠도 영락없어요. 그게 화투와 카드나 오락기 게이머(Gamer)의 전형적인 스타일이거든요.
鄭) 남자들은 왜 다들 그 모양인지 환장하겠어요. 자기 앞이나 제대로 가려가면서 한 눈을 팔며 술을 마시든, 노름을 하든, 바람을 피우든 하면 누가 뭐라고 그러겠어요. 조금난 여유가 있거나 등한시하면 그렇게 엉뚱한 짓을 하여 사람 속을 뒤집어 놓으니 그 속에는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金) 남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런 유전인자를 갖고 있는 것은 맞는 거 같아요. 시간이 좀 나거나 돈이 좀 생기면 그를 어떻게 쓸까 하고 망설이는데 건전한 방면보다는 불건전한 방면으로 가고 싶은 호기심을 가진 것이 수컷(♂)들의 본능이라고나 할까요. 그렇다면 수컷들의 그런 이탈에 암컷(♀)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겠어요? 바가지를 긁어대면서 추접하다 몰아붙이면서도 내 팔자리니 하고 넘어가는 거예요. 그런 공수(攻守)가 엎치락뒤치락되면서 습관처럼 살아가는 것이 부부관계이고 가정이라고요. 그를 알게 모르게 인정하고 묵시적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소란 속에서도 가정의 평화가 유지되는 것인지 안 그러면 결손(缺損) 가정이 되는 거지요.
鄭) 아이, 모르겠어요. 해야 할이 태산 같아서 겨울철이라고 노작거릴 여유가 없는데도 속 못 차리고 그러고 다니고 있으니 언제 철이 들려는지 한심해요. 마누라는 좀 더 잘 살아보겠다고 이렇게 새벽 별 보고 나와서 저녁 달 보고 들어가면서 초죽음이 다 돼 있는데 술이 어떻게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화투장이 어떻게 돌려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金) “나는 여자이니까” 하는 말이 있다면 “나도 남자이니까” 하는 말도 있는 거예요. 철들면 죽는다잖아요? 하는 대로 그대로 둬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남자 자존심 상하게 너무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지는 나세요. 곧 죽어도 짹 하는 것은 병아리뿐이 아니라 남자도 마찬가지니까요. 집에 들어가서 가다리고 있다가 애들 아빠 들어오면 인상을 한 번 팍 쓰고 공포 분우기를 조상하는 것만으로도 생기는 것 없이 부화뇌동하는 예봉을 꺾을 수 있는 것이니 슬기롭게 지혜롭게 처신하도록 하시구려.
鄭)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맞군요. 악처가 되고 싶어서 되는 게 아니라고요. 남편이, 애들이 다 그렇게 만들어요. 누군들 품위 있게 호의호식하면서 희희낙락하고 싶지 않겠어요? 사내라면 사내답게 굴어야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으면서 그렇게 자기 좋은 것만 하고 살려고 하니 꼴 보기 싫은 거지요.
즐거운 일 없는 집이 없듯이 괴로운 일 없는 집이 없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게 사람 사는 것이다.
쓰라린 경험이 없는 자들의 행복한 고민인지는 모르지만 참험가나 탐구가 아니더라도 아무런 굴곡이 없이 밋밋하게 살면 사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너무 당연하고 흔한 말이어서 진부한 느낌까지 들지만 한시라도 망각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가르침이다.
가르침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그만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즐거운 나의 집과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늘 강조되어도 부족한 신망애(信望愛) 삼덕은 필수일 것이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이듯이 남녀유별(男女有別)도 필요할 것이다.
여자가 할 일이 있고 남자가 할 일이 따로 있는 것이니 그 틀을 유지하면서 각자 위치를 지키며 각기 할 일은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열변을 토하는 명강(名講)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수더분하게 얘기를 하다 보니 함께 하던 남녀 문인들이 대부분 공감하는 지 주변이 조용하여 쑥스러웠다.
신경 안 쓰는 듯 하면서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사회나 가정이나 다를 바가 없다.
남자는 남자로서, 여자는 여자로서 잘 해야 한다.
남자가 돼 갖고 시리......, 여자가 돼 갖고 시리......,
그런 불신감을 갖고 배타적으로 배 불쑥 내밀고 버텨 봐야 걷어차이기나 하지 득 될 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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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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