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홈피에 안내 시간이 잘 못 게재돼 있어 낭패를 봤다.
담당자한테 그런 게 있던데 어떻게 수정 좀 해야 되겠더라고 했더니 그림 파일로 돼 있어서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답변을 했다.
그 방면에 대해서 좀 알고 활용하는 입장에서 수긍하기 어려웠다.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오래 전에 변경된 것을 그대로 뒀을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홈페이지 숫자 하나 고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
속으로 그럼 전문가를 불러 고치던지 해야지 안 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게 무슨 소리냐며 그럼 고치는 길을 찾아야 될 것이 아니냐고 직설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었다.
한 번 다시 자세히 알아보고 고치는 것이 좋겠다 얘기하고 말았다.
집에 와 생각하니 그게 아니었다.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었다.
내용을 잘 아는 사람들이 시간을 전화로 물어보거나 홈페이지로 들어가 찾아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외부인들이 문제다.
시간을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시간을 알고자 할 때는 전화로 확인해본다면 별 문제가 없을 테지만 그게 여의치 않거나 귀찮아 직접 홈피를 열어 학인하다면 1시간의 차이가 있게 되는 것이다.
홈피에 게재된 대로 6시 30분인 줄 알고 왔는데 실제는 7시 30분이라면 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 한 시간 후에 다시 오기도 그렇고, 할 일 없이 차를 운전하며 주변을 빙빙 돌거나 주차장에서 공회전 시킬 수도 없고, 닫힌 문을 열어달라고 하여 들어가서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대략 난감일 것이다.
난감함이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는 이해와 포용으로 나타나기는 어럽다.
얼마나 게을러터지면 그런 것도 하나 안 고쳐 놓느냐는 불만과 함께 나쁜 인상을 줄 것이 뻔했다.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말이 있다.
그를 따르고 싶었다.
망설일 것이 없었다.
그 얘기를 오늘 다시 했다.
알 만 하고 얘기할 만한 분들한테 내가 알기로는 일자 바뀐 것이 몇 년 됐는데 그대로 있더라 며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거 같으니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안건으로 제출하여 수정하도록 해보라고 부탁을 했다.
내 얘기가 끝나자마자 야단법석이었다.
죄송스런 표현이지만 너도 나도 벌떼처럼 일어나 불불거린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것이었다.
정작 필요한 것들은 못 하면서 왜 안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엉뚱한 일들만 저질러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면 이것저것 봇물 터지듯이 불만을 토로했다.
내가 얘기한 것은 그런 취지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흘러갔다.
울고 싶은 아이 뺨을 때린 것도 같고, 화약고에 불을 지른 것 같기도 하여 미안했다.
얼른 수습에 들어갔다.
그런 것이 아니라 도저히 못 할 일이 아니니 관심을 갖고 고치면 쉽게 고칠 수 있을 것이라며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분이 조용히 전달하면 될 것이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그런 전달 통로나 회의조차도 없어진 지 오래라며 긴 한 숨들이었다.
얘기해봐야 고구마 넝쿨처럼 줄줄이 사탕으로 더 나올 것 같아 오늘은 이 정도 얘기하는 것으로 끝내자며 가방들을 들고 나왔는데 불이 없어 컴컴한 현관에서 더듬적거리며 나오다가 또 한 번 소동이 벌어졌다.
외등(外燈)을 하나 달아달라고 얘기한 것이 언젠데 여태까지 가물치 콧구멍이냐며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심판인지 실망스럽고 화나는 것도 지쳐서 할 수가 없다며 침을 확 뱉기까지 했다.
수시로 손 보고 기름칠이 잘 되어 원활하게 돌아가는 기계는 보기에도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믿음직스러워 기분이 좋다.
겉보기에 좋아 보이고 잘 돌아가는 만큼 기게 본연의 역할도 잘 이루어져 설치된 의무와 부여된 생산량을 무난하게 채울 것이다.
반면에 손을 지이 언젠지도 몰라 거미줄이 너덜거리며 덜커덩거리다가 멈추기 일쑤인 기계는 그 반대일 것이다.
사람이든 뭐든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시스템적으로 잘 돌아가면 미흡한 점이 있을지라도 톱니바퀴 물려 돌아가듯이 아무 탈 없이 착착 돌아가는 것이고, 시스템적으로 잘 안 돌아가면 제 아무리 성능 좋은 것일지라도 대패 줄 벗겨지듯이 미끄러져 탈락하고 마는 것이다.
연초부터 여기저기서 전운(戰雲)이 감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땅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마그마 같다.
뭐가 뭔지 분간할 수 없는 미로(迷路)나 오리무중(五里霧中)같기도 하다.
뭔가 잘 안 돌아간다.
뭔지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불안하고 절망적인 분위기 같아 느낌이 영 안 좋다.
일이 벌어지려고 워밍업을 하고 있다면 그를 잠재우기 위하여, 이미 터져버렸다면 그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골든타임(Golden Time:황금시간대)을 잘 찾아야 한다.
어떻게든 잘 수습이 됐으면 좋겠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도 부정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으로 반전되었으면 좋겠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식으로 잘 돼 가는 하나를 보니 나머지 열도 그와 같이 잘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말로 탈바꿈됐으면 한다.
나 자신부터 솔선수범해야겠다.
부회뇌동하거나 기회주의자로 전락하지 않아야겠다.
지금 상태대로라면 기존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도 녹녹치 않을 거 같으니 그나마 현 위치와 역할에 흔들림이 없도록 매사 조심스럽게 살아야겠다.
“악령아 물러가라” 는 오늘의 복음에 관한 묵상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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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