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과 올 연시를 기해 향촌 댁에서의 만찬(晩餐)이 여러 건 있었다.
열 명 이상 모인 것만 해도 주당회(酒黨會), 청출회(靑出會), 갈마출(葛馬出), 갈마사(葛馬司), 518(五一八)이 있었다.
집에서 모이는 것은 고사하고 집에서 모임을 갖는다는 것은 거의 없는 현실에서 과거 식으로 모여서 음식을 나누며 오붓한 시간을 갖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것 같다.
그게 싫거나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럴만한 정신적 물질적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과거회귀를 한다고 해서 퇴행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오늘 날 같이 인정이 메마른 세상에 인간성 회복의 한 방법으로 권장할만한 일이 아닌가 한다.
남편은 물어 오고, 아내는 물어온 것을 요리하는 것이다.
맘맞는 이들을 초청하여 그런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하는 미당 선생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향촌 댁은 서방님의 뜻을 받아들이며 밤샘하며 실행을 하고, 그런 일을 한두 번 겪어 보는 것이 아닌 오시는 분들은 부담 없이 유쾌하고 호젓한 시간을 가지며 사랑을 나누시고 하는 것은 삼박자가 잘 맞는 격이다.
한 건 끝나고 나면 한숨을 쉬어 가면서 서로가 눈을 바라보며 수고했다 격려하면서 이제 그만 물어올 수 없을까 하는 말을 하면서도 할 만하니까 하고 있을 만하니까 있는 일이니 한다 안 한다 단정적으로 말하지 말자면서 웃는다.
지난주에 청양에서 아버님 제사겸 본가 가족 상봉을 했다.
해야 할 것이 대충 마무리된 것 같아 518이 끝나면 한참 있어야 만찬이 있든지 말든지 하겠네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놔둘 수는 없다며 기다렸다는 듯이 톡 튀어나온 사람들이 있었으니 서울 처가(妻家) 가족들이었다.
주일에 여러 가족이 겸사겸사해서 내려온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이제는 끝났다며 그만 물어 올 수 없을까 하는 말이나 하지 말 것을 말이 씨가 됐나 518이 끝난 지 이틀 만에 또 한 건이 터진 것이다.
미당 선생이 개략적인 그림을 스케치 해주자 그림을 그리는 향촌 댁이 전문가답게 움직이는 것이 손발이 무척 바빠졌다.
오가며 정을 나누는 것은 제비가 먹이를 물어온 것을 넘어 흥부네 박 씨를 물어온 것에 비유될 수도 있는 좋은 일이다.
여러 가지로 형편이 닿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 더 좋겠지만 그거야 능력 한계 밖의 일로 나의 소관이 아니라 치고 있는 사람들하고서라도 잘 지내며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심적으로나마 그를 전하는 것도 잘 사는 길이라 여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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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