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기 전에 선배님들부터 퇴직 후 생활변화와 생활신조에 대해서 충고와 경험담을 자주 들었다.
그 중의 하나가 한 삼년이 지나면 불안해진다는 것이었다.
일손을 놓고 고정적인 수입이 줄어들었을지라도 몇 년 간은 별 애로사항없이 기존대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뱃속에 아직도 기름기가 남아 있어 배고픈 것도 모르고, 기존의 시스템들과도 완전히 이별한 것이 아니어서 떨어져 나왔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 한다는 것이었다.
몇 년은 엄벙덤벙 지나더라고 했다.
속 편한 것도 거기까지라고 했다.
한 삼 년 세월이 지나고 나면 쌓였던 에너지도 고갈돼 가고, 장래가 불안해져지고 외로워진다는 것이었다.
맘이 조급하기 때문에 찾게 되는 것이 재취업이나 창업투자에 신경 쓰게 되는데 절대로 한 눈을 팔아서는 안 되고 특히, 사업이나 부동산에는 아예 근접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정 돈을 벌어야 할 상황이라면 투자는 하지 말고 몸공을 들여서 다만 얼마라도 버는 최상책이고, 그 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안 쓰는 것이 버는 것이라는 생활신조로 근검절약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 했다.
이 미당 선생이 지금 딱 그런 처지가 됐다.
노땅 그룹에 편입하는 신입들인 사랑하는 후배님들한테 진짜 그러나 흘려듣지 말라고 강조해야 될 입장이다.
은퇴 후에 성공적인 재취업이나 창업한 몇몇 사람들 이야기가 관심 있게 들리는 것이 나도 그 길로 한 번 나서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유혹이 일기도 하고, 저축해 놓은 얼마간의 노후 자금이 고갈되지 않게 지금이라도 현업으로 나서서 좀 더 수입을 올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심난하다.
무조건 손사래를 치며 나는 아니라고 부정할 여유가 없다.
조건이 안 맞고, 능력도 없는데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은 다급하다는 이야기이다.
또 다급하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를 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누가 퇴직 하고 나서 요즈음은 어떻게 지내시느냐고 물으면 양 손을 떡 벌리면서 보시다시피 이렇게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좀 아쉽다면 돈이 좀 부족하다는 것이라면서 웃지만 맘이 편칠 않다.
상대방이 지금처럼 사시면 되지 얼마나 더 잘 사시려고 그러느냐면서 괜한 고생하시지 말고 그 모습 그대로 사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는데 듣는 사람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지만 기쁘진 않다.
이런 얘기를 부부간에 상의를 하면 집안 분란만 일 것이 뻔하다.
공개적으로 말할 수도 없어서 생각에 생각만 하다 보니 얼굴이 밝을 수가 없어 감추던 것도 금방 탄로 나고 만다.
구체적인 얘기 할 거 없이 돈을 좀 더 벌어볼까 생각중이라고 하면 그런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기로 해 놓고서 왜 그러느냐면서 이러다가 무슨 일 벌어질지 모르니 걱정할 것 없이 안 쓰는 것이 버는 것이라는 것을 실천하므로 서 부족한 것을 채우자고 한다.
그 길 밖에 없는지라 고개를 끄떡이는 것으로 대답을 하지만 뭔가 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욕구 아닌 충동감을 버릴 수는 없다.
언제 까지 그럴지 모르겠지만 이 고비를 잘 넘겨야지 자칫 삐끗했다가는 무슨 사고를 칠 수도 있음이다.
아직도 현직에 있는 친구가 물어봤다.
퇴직 후에 재취업하여 현장을 뛰고 있는 동료도 물어봤다.
미당 선생처럼 남들이 보기에 평화롭게 살려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가 돼야 하느냐고 말이다.
그러면 그 것은 모르겠고 현재 들어오는 수입액이 O백만 원 정도 되는데 한 2년 동안 조금도 남은 것이 없고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하는 실정이라고 대답했는데 장래가 좀 불안하다는 말은 안 했다.
아주 안 쓰면 사람 구실 못하는 것이니 원천적으로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도 한 때였지 지금에 와서 그리 살기는 싫다.
결국 안 쓰는 것이 버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가면 될 것 같은데 너무 속박되어 사는 게 재미없다는 정로까지는 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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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