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KS 마크인 유력 정치인이 “저녁이 있는 삶”이란 책을 냈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이 삶에 지친 현대인들을 보듬는 책이라며 계층을 구별할 거 없이 호응들이 좋았다.
그 때는 그가 날개 짓을 하던 때였다.
다른 정치인들이 하는 출판처럼 정치적인 측면이 다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이었다.
대한민국의 수재로서 운동권 학생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하여 산전사전 다 겪었고, 나이에 걸맞지 않게 원로 정치인이 되어 최종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서 펴낸 그 책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그 책을 직접 읽어보지 않았지만 문학 평론가들의 서평(書評)이나 정치 평론가들의 논평(論評)을 들어보면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쉬어 갈 수 있는 아늑하고 포근한 가정을 생각게 하는 책이어서 공감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준비와 시작은 좋았는데 결과는 안 좋았다.
최종적인 결과가 다 나온 것은 아니고 언제 다시 다른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안 좋다.
좋은 것이 다 좋게 받아 들여져 성공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비상하는 날개가 된 것이 아니라 추락하는 날갯짓이 된 것이다.
작년 지역의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조차 낙마하자 이제는 자기들 세대의 세상이 아니라며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을 접고 전라도 어딘가로 내려가 토굴생활을 하고 있단다.
전에도 그런 경력이 있다.
얼마든지 재기가 가능한 인사이다.
거기에서 정착할 거 같지는 않고 때가 되면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다.
일보 전진을 위하여 일보 후퇴를 한 것이었으면 한다.
칠전팔기(七顚八起)매로 몇 전 몇 기인지 모르는 분들도 있었다.
마르고 닳도록 줄기차게 도전하여 결국은 목표 달성 내지는 자전적인 입지를 세운 3김(金)의 시대는 낡은 것이 됐지만 그런 은근과 끈기의 기본 정신은 살아 있어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새벽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향촌을 비롯한 인근 아파트 단지를 보니 저녁이 있는 삶과 비교하여 “아침이 있는 삶”이 떠올랐다.
아침저녁으로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를 보면서 고즈넉한 시골 풍경과 인생 역정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처럼 어둠이 가시면서 하나 둘 켜지는 아침 불과 어둠이 시작되면서 하나 둘 켜지는 아파트의 불을 보면서 아침과 저녁이 있는 삶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이면서도 어떤 사람들에 어떤 집들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일상적이지만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기 위하여 불을 켜고,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들어와 불을 켜는 모습은 그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 정감어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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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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