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조용한 한밭에

by Aphraates 2015. 1. 21.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 무렵에 우리나라를 찾아와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쓴 외국인들의 여행기를 읽고 있다.

재미난 것들이 많다.

몰랐던 우리 선조님들의 모습과 풍습은 물론이고 자연 풍경도 외국인 시각을 본 것을 통해 그대로 알 수가 있는데 공감이 되기도 하고 현대의 우리나람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가서 여행을 하면서 쓴 여행기 같기도 하다.

외국인들 눈으로 볼 때 조선 사람들은 착하고 순하여 전쟁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로서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옛적 조용한 아침의 나라인 조선의 순박한 모습을 진솔하게 말한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그게 맞는 말로서 우리들의 본바탕인 것 같기도 하고, 온통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세계 10위권 국가로 발돋움한 것을 보면 독종으로서 그 말이 많이 틀린 것 같기도 하고 한데 어쨌거나 순수한 모습은 아니나 양수겸장(兩手兼將)의 훤칠하고 우뚝 솟은 자세가 아닌가 한다.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자연재해와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는 안전하고 점잖은 땅에 대낮 굉음이 울리고 창문이 흔들거렸기 때문이었다.

 

민첩하게 움직였다.

순간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먼저 밖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집이 흔들리는지 안 흔들리는지 집기들을 눈여겨보고는 내 몸의 평형 상태를 살폈다.

데보라도 빠르게 움직였다.

눈이 휘둥그레져 나한테 와서는 웬일인가 하고 두려운 표정이었다.

 

판단해보건대 지진은 아닌 듯 했다.

강진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1970년대 말 청양에서 근무할 때 인접한 홍성에서 발생했었다.

잠깐 동안이지만 청양 지역도 심하게 흔들려 벽에 걸린 벽시계가 떨어지려고 할 정도였다.

나중에 보도를 통해서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강진으로서 홍성에서는 건물 붕괴 등 지진 피해가 심각했었다.

 

오늘 한밭 대전의 굉음은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해괴망측한 사고들이 연달아 일어나 조마조마한 판에 조용한 한밭에 이 무슨 변괴인지 충청도 양반 체면에 호들갑을 떨 수도 없고 대략 난감이로다.

 

세상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렇게 주무시는 듯 멍청한 듯 계시면서 양반인 척 하시지 말고 바쁜 척이라도 하라고 하인들이 경종을 울리는 것이란 말인가?

흐린 날씨에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일기 상으로 볼 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든가 높이 뜬 비행기가 가속하느라고 방귀를 끼는 소닉붐(sonic boom: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내는 충격파 때문에 생기는 폭발음)이라는 추측도 불가능하잖은가?

조직개편으로 어수선해도 119가 할 일은 할 것이다.

인근에서 대형 폭발이나 일어났거나 화재가 발생했다면 사방팔방으로 불자동차와 응급구호차 지나가는 소리가 요란할 텐데 조용한 것이 그도 아니잖은가?

 

점잖은 체면에 굉음 들리기만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통 불날 기관들에 전화를 해서 무슨 일이냐고 성가시럽게 물어 볼 수도 없어 베란다에 서서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사람들 동정을 살피는 것으로 “상황 끝!”을 선언해 버렸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對30(1:15)  (0) 2015.01.23
안 쓰는 것이 버는 것이다  (0) 2015.01.22
아침이 있는 삶  (0) 2015.01.21
희석  (0) 2015.01.20
은혜와 사랑과 은총  (0) 201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