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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장 & 이

by Aphraates 2015. 1. 26.

전체적으로 신앙 공동체에서의 봉사가 많이 위축된 상태다.

봉사단체도 활력이 많이 줄어들었고,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들이 예전 같지 않다.

어디엔가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신앙적이기 보다는 세속적이기가 더 쉬운 시대 흐름의 영향이 크겠지만 신앙인들이 온전히 신앙인들답게 살지 못 하는 데서 기인되는 것도 크다는 생각이다.

 

인계인수가 끝나고 첫 봉사를 시작하는 성당의 여성 총구역회(舊 聖母會) 신구 임원님 들을 보니 대조적이었다.

 

모든 것을 일식으로 넘겨주고 거기에는 눈길도 안 주는 흘러간 임원들께서는 후련하고 느긋한 표정이 역력했다.

칼로 무 자르듯이 냉정하게 손을 딱 떼는 것이 야박한 것 같지만 떠난 사람은 말이 없는 것이 최상이라는 것을 묵시적으로 엄격하게 실천하는 것이어서 대견스러웠다.

 

반면에 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을 일식으로 인계받은 흘러온 임원들께서는 집에서도 안 그랬는데 앞치마를 두르고 동동거리며 뛰어 다니는 것이 두렵고 바쁜 표정이 역력했다.

좀 여유를 갖도록 도와줄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럴 수는 없었고, 어차피 봉사하겠다고 나선 길이니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 같아서 역시 대견스러웠다.

 

봉사활동은 그 자체가 사랑이어서 아름답다.

이해관계와도 무관하니 문제될 것도 없다.

극히 일부에서 이해관계가 발생하고 그게 문제가 되어 약간의 불미스런 일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하기에 따라 즉석에서 간결하게 해소될 수 있는 것들이니 봉사의 사랑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 자리에서 표 안 나게 눈알을 굴려가며 엇갈리는 명암을 봤다.

흘러간 장(張) 레지나 자매님 부대의 후련한 표정과 흘러온 이(李) 안나 자매님 부대의 두려운 표정이 그 것이었다.

 

나로서는 명도 암도 다 좋은 것이었지만 당사자들이나 다른 사람들은 꼭 그런 것만도 아닐 것이다.

숭고한 거기에도 희로애락은 있는 것이다.

 

청개구리 행보나 놀부 심보도 있다.

고생들 하셨고 고생들 좀 하시라며 양측에 대고 신나는 파이팅을 외쳤지만 그 보다는 둘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여 회심의 미소를 짓고 돌아선 미당(美堂) 선생이 그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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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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