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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비교 평가

by Aphraates 2015. 2. 4.

성경에도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 는 말씀이 여러 군데서 나온다.

우리 인간들이 잘 실천하지 못 하고 그로 인한 폐해가 많기 때문에 그러지 말라고 가르치시는 것인데 하느님께서 걱정하시는 것만큼이나 인간들이 지키기 어려운 문제다.

지키는 것은 어떤지 몰라도 그럴 듯한 흉내라도 내면서 나는 남 말을 안 할 준비가 돼 있고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는 작은 자부심이니 일말의 회개라도 하는 것일 텐데 그나마도 용이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내 남편은 사람은 좋은데 왼쪽 집 남편에 비하며 한참 무능해.

내 아내는 착하긴 한데 아랫집 아내에 비하면 너무 안 예뻐.

우리 아이들은 성실하긴 한데 위집 애들에 비하면 공부가 영 부실해.

우리 부모님은 부자이긴 한데 오른 쪽 부모에 비하면 엄청나게 냉정해.

 

어디 그 뿐인가!

우리 집은, 우리 성당은, 우리 회사는, 우리나라는, 우리 인간은, 우리 세상은......, 만족스럽게 또는 불만스럽게 비교 평가할 수 있는 것들을 들춰내자면 한도 끝도 없다.

 

자숙(自肅) 모드를 취하기는 하나 오랫동안 견지하기는 어렵다.

누구나 장단점이 있는 것이니 그를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게 내 맘 내 뜻대로 잘 안 된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이냐는 생각에 화도 난다.

안 된다고 해서 하늘 무너지거나 땅 꺼지는 것도 아니니 그런 문제들에 정신병자처럼 너무 집착하지 말고 둥글둥글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도 공감하면서 자신을 억제하지만 그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사회와 기성세대들이 애들 잡는다는 표본으로 불만스럽게 이야기하던 아이 중 하나인 사라(Sarah)가 고시에 최종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아이니 언젠가는 목표를 이룰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한 해 두 해 거치는 그 과정이 얼마나 큰 고통스러운 것인지 잘 아는 사람으로서 걱정이 됐었다.

아이나 부모나 그 동안 수고 많았다고 전하면서 진심어린 축하를 해 줬다.

이제부터 시작이니 순리에 맞게 차분하고도 성실한 사도(師道)의 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곁들였다.

 

아침 일찍 그 연락을 받고 여간 기분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아직도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많다.

각종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나 자포자기하고 나자빠져 있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길 잃은 양 한 마리” 의 성경 말씀을 깊이 묵상하면서 시험에 들고 비교 평가 받아야 하는 그들에게도 용기와 지혜를 주시라고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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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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