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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모르고 계셨구나

by Aphraates 2015. 2. 7.

대학원 모임이 있었다.

문하생들이 아직도 현직에 계시면서 보직도 맡고 계신 지도 교수님을 모시고 소연을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면 참 편안하다.

전기과 출신들이지만 하는 일들은 다양하다.

나이에 관계없이 일에 열심들이기도 하다.

전기공학과가 호황도 불황 면에서도, 인기도 비인기도 면에서도, 공부와 연구하는 면에서도 중간지대(中間地帶)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렇다고 본류를 크게 벗어난 엉뚱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넓게 보면 다 전기 분야이기 때문에 말이 통한다.

 

국내 최고의 그룹사에서 승승장구하는 30대 후반의 한 후배님으로부터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침울한 분위기였다.

음식을 들면서 각자 근황을 얘기하는 시간에 내가 그 후배님한테 돌아가고 있지요?“ 하고 묻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잘 안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면서 이야기를 해나가는데 심각한 표정으로 변했다.

무슨 일이 있구나 하는 분위기에 교수님을 비롯하여 듣는 일행들도 일순간 조용했다.

작년에는 간신히 명퇴를 면했는데 이번에는 명퇴 대신에 협력사로 나가게 됐다면서 그런 혜택조차도 없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평생 직장세대인 나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 무슨 일인지 자세히 좀 얘기해 보라고 했더니 “모르고 계셨구나. 지금은 30대 후반에 접어들면 직급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직원들이 진퇴를 고민해야 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임원이 된다 해도 한 2년 주기로 실적 평가를 하여 재임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걱정해야 합니다. 기업 실태가 그렇습니다” 라고 하였다.

 

말로만 듣던 삼팔선((38세면 조기퇴직) 후배님과 마주 보고 접해 있는 것이다.

그러고서야 어찌 사람 사는 세상이냐는 생각과 함께 이거는 애들 잡는 것이 아니라 사람 죽인다는 생각인 번뜩 들었다.

세태가 그러니 그런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마련이지만 속속들이 이런 식으로 된다면 어떻게 숨 쉬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인지 잘 나가는 사람도 못 나가는 사람도 불쌍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아픔이었다.

 

후배님의 우울한 이야기가 끝나나서 세상 돌아가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밝혀봐야 어떤 회고록처럼 도움이 안 될 것이므로 여기서는 노코멘트다.

 

오늘도 어제 연장선상 같았다.

후배님의 자혼에서 OB와 YB들이 어우러져 담소를 나누었는데 늙으나 젊으나 하시는 말씀들이 뭐든지 돌아가는 것이 원활치 않단다.

앞으로 쭉쭉 뻗어나가도 시원치 않은 판에 답보 상태내지는 후보상태라서 그런 것을 초월한지 오래 됐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뭔가는 움직여봐야지 그러고들 있으면 어쩌느냐고 하였더니 한둘도 아니고 다들 실의에 빠져 나자빠져 있는 실정이란다.

기껏 한다는 것이 될 대로 될 것이라며 자위하는 것이고, 속수무책(束手無策)이 정답이란다.

 

신선 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 (선유후부가설화:仙遊朽斧柯說話)가 아니라 그 정반대다.

좋게 생각하면 좋게 보이고 나쁘게 생각하면 나쁘게 보인다는데 스스로 알아서 발상의 전환을 해야지 이대로 나가다가는 깊은 상처를 입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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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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