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어리버리하다면서도 노구를 이끌고 그런 대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수 조영남 씨가 섬진강을 통하여 경상도와 전라도를 어우르는 “화개장터”를 만들었다면 충청도를 사랑하고 전라도도 싫어하지 않는 문인 미당 선생은 금강을 통하여 충청도와 전라도를 아우르는 “갱경이 장터” 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갱경이는 충청도와 전라도 맞닿아 있는 도계(道界) 지역으로 충청도 남쪽 마을인 논산시의 강경(江景)을 말한다.
미당 선생이 어렸을 적에 곳곳을 다니며 장사를 하시어 큰돈을 버셨다는 구만이 아버지나 어른들로부터 “갱경이 장”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그 때는 그 곳이 어디에 붙어 있고 얼마나 멀은 지 가늠을 할 수가 없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호남선을 타고 가다가 강경이라는 표지를 보면 여기가 그 유명한 강경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강경젓갈과 황산 복과 강경상고로도 잘 알려졌지만 지금은 옛 영화를 찾아 볼 수 없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흘러간 동네가 되어 전라도를 가거나 서해안을 갈 때 일부러 지나쳐야만이 볼 수 있는 쓸쓸한 소도읍이다.
호남 고속전철(KTX)의 서대전 경유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충북과 전라권은 반대, 대전은 찬성, 충남은 어정쩡이었다.
지역 간에 팽팽 맞서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다가 서대전을 경유 안 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
일단은 봉합을 했으나 개운치는 않은 것 같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내가 봐도 뭔가 좀 이상하다.
실질적인 운행을 해봐야 알겠으나 모르면 몰라도 여러 가지로 인한 분란이 수그러들 거 같지는 않다.
충청도에서의 텅빈철과 전라도의 저속철이 나란히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마주 바라보고 달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속 300km이상의 열차가 한 레일에서 마주 보고 달려온다면 공멸(共滅)은 명약관화(明若觀火)다.
짝짜꿍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대목이다.
나는 호남고속전철 노선을 그을 때부터 의문이었다.
고속 철도뿐 아니라 고속 도로나 일반 도로도 처음 노선을 그을 때는 주요 거점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기존철도 노선을 따라 고속전철 노선을 확정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중간에서 뚝 짤라 교통 요충지인 대전을 거치지 않고 충청도 내륙을 통과하도록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목포(광주)가 종착점이라면 거기 사람들만 감안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간 중간 사람들도 이용토록 해야 맞을 것이다.
대전을 거치지 않고 가도록 계획한 것의 명분 중에는 아마도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과 고속전철의 거리와 시간 단축에 의한 효율성을 내세웠을 것 같은데 그런 논리라면 중간은 다 무시하고 서울에서 목포까지 일직선을 쫙 그어 정해야 했을 것이다.
호남고속전철이 경과하는 인근이 고향이고 근처에 사는 주민으로서 그 곳을 오가며 공사현장을 보느라면 더 한심스러웠다.
일례로 공주(公州) 역을 공주와 부여 사이인 탄천에 두었는데 이거는 지역 주민들 엿 먹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에서 공주 지역을 오는데 국도나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직선으로 바로 내려오게 돼 있다.
그를 놔두고 충북 지역으로 쑥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오는 형태의 KTX를 이용할 사람은 원조 바보나 놀이삼아 한 번 타보는 얼간이 이외는 없을 것이다.
허허벌판에 어정쩡하게 세워진 공주 역을 통하여 KTX를 이용할 충청도 공주, 부여, 논산, 청양, 서천, 금산 사람들은 얼마나 될는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KTX 통과로 어떤 혜택을 얻을지 또한, 어떤 다른 후속대책과 개발전략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공주 양반들은 동네만 시끄럽게 됐다며 불만이다.
기왕에 다 끝난 일이니 낭비 없이 잘 활용해야 할 텐데 어딘지 모르게 미심쩍은 것이 믿음이 안 간다.
그리고 그런 논리대로라면 경부 고속전철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 논스톱으로 만들 것이지 왜 광명, 천안, 대전, 김천, 대구, 경주, 울산을 거치게 만들어 거리와 시간을 단축시키지 못 하였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