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靑陽)과 공주(公州)는 인접한 시군(市郡)이다.
둘의 관계도 남달랐다.
군계(郡界)를 이루고 있는 다른 군과는 달리 돈독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거리상으로는 다른 인접 시군인 예산, 홍성, 보령, 부여보다 먼 편이지만 형님(공주) 그늘 아래에 있는 아우(청양)같은 관계였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청양의 생활권이 공주로 묶여 있었다.
특히 직접 청양 가는 버스는 드물어도 공주 가는 버스는 수시로 있던 산(칠갑산) 넘어 4개 면(장평, 청남, 정산, 목면)은 더 그랬다.
국회의원 선거구는 청양+홍성(舊)이었다가 청양+부여(現)로 됐지만 다른 관공서는 대부분이 공주 관할이었다.
그 관계는 시대 흐름에 따라 많이 변했다.
논산시(論山市)였다가 독립하여 시로 승격한지 오래 됐지만 아직도 그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 하고 통제와 협조를 받아야 하는 이상환 관계인 계룡시(鷄龍市)와는 양상이 좀 다르다.
청양의 공주 의존도가 많이 줄고 영향력도 미미해졌다.
모든 것이 도청 소재지인 대전권으로 향하던 그 시절에는 대전 가는 중간인 공주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꼽히는 것은 전체적으로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것이다.
다음은 청양 생활권이 팽창하는 수도권이나 상전벽해가 된 충남 북부 서해안권 같은 지역으로 산재된 것이다.
끝으로 는 도청을 비롯한 도 단위 관공서들이 청양에 이웃한 내포 신도시로 대거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청양은 청양이고 공주는 공주라는 맞보기 식이 됐다.
맏형이든 공주와 막내이던 청양의 관계가 아니라 호형호제하는 엇비슷한 시군 관계가 됐다.
예전에는 공주지원(지청), 공주 세무서, 한국전력 공주지점 청양 출장소 하는 식으로 공주에 속해 관리와 통제를 받는 시스템이었지만 지금은 작지만 청양에 들어선 관공서들이 많아 서울과 대전과 세종이 치어 약세를 면치 못 하는 공주와의 연결 끈이 약해졌다.
그렇다고 첩첩산중인 청양이 인근으로의 도청 이전에 힘입어 크게 확장되거나 발전된 것은 아니다.
청양과 공주는 침체 국면에서 동반 하락하는 코스피나 코스닥처럼 함께 찌그러지고 있는 모양새다.
인터넷 신문에 가슴 아픈 기사가 실렸다.
형제는 용감했다는 표현을 해도 좋은 미당 선생의 고향인 청양과 제2의 고향인 공주의 관계가 일그러진 모습으로 회자되고 있다.
스타일 팍 구겨져 자존심이 상한다.
“정운찬 전철 밟는 이완구…책임총리는 희망사항?”이란 기사다.
최근 연달아 미당 선생의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어제는 삼남(三南)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잠시 그랬다.
1시간도 안 돼 각 2홉들이 소주 2병 꼴로 해 치우고도 혀 꼬부라진 소리가 안 나와 제발 숨좀 돌려가면서 마시자는 행복한 비명까지 등장할 정도로 강한 신계룡(新鷄龍)팀인데 한 후배님이 나한테 국무총리는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총알처럼 대답했다.
동향인(同鄕人)이라서 무조건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은 몰라도 그 정도 능력이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게 끝이었다.
한 선배님이 그런 정치 얘기는 그만하자고 하였는데 나를 반박 안 하는 것만도 다행으로 알라는 것 같은 표정이어서 머쓱해졌다.
오늘은 그 기사를 보고 이 사람들이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이냐며 성질을 내기도 했지만 틀린 소리가 아닌 것이어서 더 나아가지도 못 하고 속만 부글부글 끓였다.
정 전 서울대총장이자 국무총리는 공주 출신의 천재이자 보배였고, 이 전 충남도지사이자 여당 원내대표는 청양 출신의 인재이자 자랑이었는데 기우는 지역세(地域勢)처럼 세트로 초라하게 되었으니 속 좋을 양반님네들은 없을 것이다.
엉거주춤이다.
다급한 김에 얽히고설킨 묘한 지역감정이라도 되살리고 싶지만 무리다.
타 지역에서 주시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 지역에서조차 그런 무리수에 대해서는 반감을 갖고 있는 흐름이어서 자칫 잘 못 하면 더 큰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정에 하소연하고 싶지만 말문이 안 열린다.
잘 할 테니 한 번 눈감아 달라 한다거나 누가 감히 우리 동네 사람한테 그러느냐며 몽둥이를 들고 쫓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간적인 비애다.
정파적인 당리당략으로 순풍이니 역풍이니 따지고 주판알을 튕겨가면서 인준 처리 여부를 논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속 터진다.
그러니까 OOO이고 XXX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냐며 화장실에 가서 비웃는 저 쪽 다른 지역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열불이 나기도 한다.
삼각 편대와도 같은 부여(金), 청양(李), 공주(鄭) 출신의 전 국무총리들께서 나라의 어른이자 지역의 맹주로서 난국을 타개할 아주 적절한 한 수의 묘수(妙手)로 훈수를 두실 수는 없는 것인지 기다려진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