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비교해 볼 때 올 미당의 설도 그만 그만 했다.
다사다난의 연속인 세상풍파이지만 그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의해 움직여지는 좋게 생각하면 안정된 것이 고 좋지 않게 생각하면 죽어있는 것이 미당 선생의 일상이기 때문에 그런 결과는 필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정해진 날짜가 그렇지만 운용의 묘도 살린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재의 수요일이자 섣달그믐 날에 김(金) 수산나 시모상 부음이 날아왔다.
많이 불편하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찾아 뵐 형편도 아니어서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맘이 아팠다.
후손들을 생각하시어 어지간하면 설 명절이나 지내고 돌아가시려는 하셨을 텐데 그런 거 저런 거 가리실 형편이 아니셨기에 그리 급하게 가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락되는 여섯 명이 가서 문상을 하고 연도를 바쳤다.
상주 측에서도 어떤 상가의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 난감했을 텐데 문상객들도 상황은 비슷한지라 자손들 명성에 비하면 쓸쓸할 정도의 빈소여서 몇몇 안 되는 우리들이나마 찾아뵀다는 것에 안도를 하였다.
미당 가는 길도 엇비슷했다.
수직선상의 상경(上京)과 하경(下京) 길은 교통정체로 야단이라지만 한밭 대전에서 칠갑산 미당가는 길은 여느 때나 별 차이 없이 원활했다.
한적했다.
며칠 전 설 상 준비차 귀향했던 평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자기들끼리 아전인수 격으로 지역감정의 역린(逆鱗) 논쟁을 벌이려다가 역풍의 기운이 일자 없었던 일로 슬며시 자취를 감춘 국무총리 임명을 축하한다는 환영일색의 프랭카트가 대전을 벗어나서 공주로부터 미당에 이르기까지 거리 곳곳에 나 붙어있었다.
진심어린 사람들이 붙인 것도 많고 관변단체를 비롯한 얄팍한 사람들이 붙인 것도 많았는데 지역감정의 망령을 들춰낸 사람들은 피아를 불문하고 밥 값 못 하고 이름 값 못 하는 자들의 소행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중요한 시점마다 본의 아니게 타의에 의해 밀당당하는 양반 체면 말씀이 아니고, 기분 엄청 안 좋다.
어제 문상시에는 문상객들이 돌아가신 날이 묘해서 그런지 장례일과 기일에 대하여 걱정하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상주 측에서 긍정적이면서도 놓으셨다.
출상은 설날 할 수 없으니 하루 미루어 4일장으로 하고 기일은 음력으로 하지 않고 양력으로 하면 설 명절과 연결되는 것이 적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 하기는 그렇고 우문현답(憂問名答)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면 되겠다며 다들 동의를 했다.
오늘 아침에 대가족으로부터 합동 세배를 받으면서 큰 형수님께서 어른들을 대표하여 세뱃돈을 나누어주시고는 올 한 해도 건강하고 하는 일 잘 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하셨고, 그 덕담을 들은 자손들도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들 하시라고 화답을 하였다.
그렇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타고 대전 대흥동 버스 터미널-유성-공암-공주-우성-공수원-안심리-정산-미당 차부까지 2시간 넘게 가면 안 오는 사람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북적여 흥겨워 하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지금은 다르다.
대전 향촌 아파트에서 승용차를 타고 한밭대로-유성톨게이트-호남고속도로-대전당지고속도로-공주서천고속도로-청양톨게이트-미당 본가로 이어지는 1시간 미만의 주행은 명절 귀향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무미건조하여 삭막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웃음은 사라졌을지라도 그런 대로의 뭔가는 있는 것이니 그를 찾아 함께하면 되는 것이다.
“대학생이 꼽은 설 최고의 덕담 1위?…‘말 없는 응원’”이라는 고무적인 기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별의별 사람도 다 있고, 별의별 일도 다 있다.
긍정적으로 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있는 그대로 성실하게 살아가노라면 좋은 일도 많을 것이다.
설뿐 아니라 모든 명절이 갈수록 션찮아진다고 걱정하는 소리도 많지만 그러는 자체가 살아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니 오늘이 그저 그렇게 무덤덤하게 지나간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위축되지 말고 가는 먼 길에 이런 수도 저럴 수도 있다 생각하는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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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