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필하기로 결심했다.
절필은 절필인데 묘한 절필이다.
붓을 내려놓고 아니, 지금 식으로 말하면 컴퓨터 자판을 접어놓고 글 쓰는 것을 아예 끝낸다는 절필(絶筆)이 아니다.
누에고치에서 실이 나오듯이 줄줄 나와 어떤 때는 하루에도 여러 편씩 쓰던 글인데 다른 일 때문에 그럴 형편이 안 되므로 글 쓰는 것을 좀 줄인다는 절필(節筆)이다.
그렇다고 글 쓰는 맘이나 여유까지 줄이는 것은 아니고 그런 것들은 다른 일로 전화시켜 요긴하게 쓸 것이다.
밥 먹는 것 보다 좋은 것이 글 쓰는 것이다.
그 좋은 것을 줄이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까닭 없이 몸무게가 줄어 걱정인 사람과는 다르다.
좋은 것은 잠시 줄여 즐기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것이다.
갑자기 맘이 변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후다닥 결정 이미 행동에 들어간 상황변화는 매우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다.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걱정을 할 것이 아니다.
시집간다고 해서 친정을 잊어버리는 것도 아니고, 외도가 아닌 외출을 잠시 한다고 해서 그냥 미끄러져 주저앉으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맘이 심난한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전자회사들이 음향과 가전제품으로 시작하여 반도체로 도약했다가 휴대폰을 비롯한 첨단 제품으로 급팽창의 발전을 하였고, 이제는 그도 좀 움칠하여 또 다른 먹거리 창출을 위하여 매진하고 있지만 전자(電子)라는 바탕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전자가 기본인데 그를 벗어나 자동차나 조선 같은 중공업에 뛰어든다거나 식품이나 유통 같은 소비산업에 뛰어든다고 해서 전자와 같은 영광을 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짧게는 십여 년 길게는 삼십년에서 사십 여년까지 잊고 지낸 것들을 들춰내서 뭔가를 도모하고 있다.
낙하산 모집에 삼십 전에 떠났던 곳에 연고와 경험이 있다고 강력한 파워를 무기로 삼아 찾아온 OB들도 있다는데 전혀 그런 것과는 전혀 무관한 혼자만의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이니 후회는 없을 것이다.
놀면 뭐 하느냐면서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할 것이 아니냐고 카드를 돌리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내가 생각하나 남들이 보나 의미 있는 일이니 당당하게 할 수 있다.
수첩이나 컴퓨터에 메모 형태로 두었던 글 주제들에 대해서 서둘러 정리를 하고 마무를 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글 쓰는 일에 매진하기는 곤란하므로 숙제를 끝내는 심정으로 밀렸던 것들을 깨끗이 했다.
낙(樂)을 여기에서서 저기로 조금 옮기는 것처럼 다작(多作)에서 소작(少作)으로 옮겨가는 단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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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