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부장은 전형적인 권위주의 시대 독재형이다.
똠방각하 스타일이기도 하다.
자체로 봐서는 그리 큰 인물이 아니다.
그런데도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긍심을 갖고 임하여 본인이 담당하는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으면서 짧은 학력과 지식을 커버하였다.
핸디캡도 컸다.
기본이 약하다 보니 시행착오와 실수가 적지 않았고, 자기가 최고라는 생각에 남과는 타협이 없이 독단적인 면이 강해 위태위태했다.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라면 나의 생사여탈권을 가졌고, 나보다 작게라도 모자란 사람이라면 너는 내 덕에 먹고사는 것이라고 해도 반발할 수가 없었던 시절에는 G 부장 같은 사람이 종종 있었다.
인성은 후천적인 것이 아니라 선천적인 것 같다.
지금 같은 세상에도 비슷한 사람이 종종 보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노병은 신병 시절에 일찌기 그를 체험했다.
말만 들어도 기가 죽는 상급 부서의 호랑이 같은 3계단 상사인 G 부장으로부터 호출을 당했다.
만사 제치고 사무실을 찾아가는데 오금이 저리고 식은땀이 났다.
G 부장 말 한마디나 까딱이는 손가락 하나에 말단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명령에 토를 단다거나 피한다거나 할 수가 없었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촌놈으로 약호가 팍 죽어 사시나무 떨 듯이 하였다.
옷깃을 여미며 많은 부서원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갔다.
문이 열려있었다.
문 뒤로 몸을 가리고 안을 훔쳐보았다.
그런데 부장 석이 이상했다.
자리에 계신 것 같긴 한데 얼굴은 안 보이고 대신에 책상 위에 올려진 양말 신은 두 발이 보였다.
아차 싶었다.
얼른 몸을 피해 화장실에 가서 사태 파악을 했다.
점심시간도 지났는데 그런 모습이 보인다는 것은 낮잠인 것이 분명했다.
에이.
그런 소리가 절로 나왔다.
주무시려면 안 보이는 탁자 위에 두 발을 얹고 주무시든지 할 것이지 벌건 대낮에 그런 모습이라니 형편없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상위 직급 간부들이 여럿 같은 건물에 근무하고 있고, 여러 부서 직원들도 수시로 오가는 사무실이다.
그런데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쿨쿨하고 이라니 명성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인물이구나 생각도 들었다.
부장님, 정신 차리시고 양식을 좀 가지시지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부글부글 속을 끓이지도 않았다.
지적하고 반발했다가는 죽음이라는 두려움도 가지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봐 왔을 수많은 사람이 그랬을 것처럼 못 본 체하고 피하면 되는 것이었다.
바로 옥상으로 올라갔다.
몇 시간이고 부장님이 잠에서 깨시기만을 기다리려는 심산이었다.
담배 한 대 꼬나물고 시내를 바라보니 부장님이 실망스럽고 한심스러웠다.
몸이 아프다거나 다른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평소 습관이 그런 것 같았다.
그게 뭐지.
아무도 날 건드릴 사람이 없고, 아무것도 두려운 것이 없다.
그러니 내가 전봇대를 뽑아 이를 쑤시던, 요강으로 꽈리를 불든 상관하지 말라는 것인가.
통이 크고 자신만만인가.
안하무인의 무례와 무대포인가.
아예 개념이 없는가.
별생각이 다 들었다.
결론은 평가절하였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백번 양보를 해도 아닌 것은 아니었다.
만민의 군주일지라도, 하인의 상전인 양반일지라도 수준 이하로 그럴 수는 없을 텐데 그게 뭔가.
소문대로 괴팍스럽고 독보적인 존재인지 모르지만 저러고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은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담배 몇 대를 피우고 나서 다시 사무실을 찾았다.
관련 건에 대해 자료지참 보고를 하였다.
잠이 덜 깼는지, 술이 덜 깼는지 부스스한 얼굴로 조심하고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는 간단한 지시로 보고는 끝났다.
보고 사안이 생각했던 것보다 중하지 않았든, 보고받는 부장님이 컨디션이 안 좋았든 보고가 쿨하게 바로 끝나 좋긴 했다.
그러나 그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아직도 남아있다.
지금도 직간접적으로 동종 업계에 종사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시대에도 환영받지 못할 과거의 부적절한 기조와 고집을 유지하고 계실지는 모르겠다.
지금 어디선가 만나 뵈면 반갑기는 하겠지만 좋지 않은 기억으로의 인연이 이어지는 것은 결사코 반대다.
출사표를 던지는 날은 잔칫집이어야 하는데......,
한 분은 기차간 구둣발로 구설에 오르고, 한 분은 절대로 그런 일 없을 거라고 주창하던 것을 부정하는 것으로 구설에 올랐다.
한 세대가 넘은 책상 위의 양말 발을 소환하게 한 것은 유감이고, 한 세대가 넘어서도 입만 열면 허풍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은 배척하지만 그게 현실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잘 처리됐으면 한다.
호사가들이 들춰냈으면 그런 것까지 뭘 문제 삼느냐고 한 마디 던지겠지만 홍보를 잘 한다거나 의사 표시를 한다고 자가발전한 것이 그리됐으니 무척 난감할 것 같은데 화끈하게 풀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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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