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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엄두가 안 나더니

by Aphraates 2022. 3. 6.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이라더니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우선 당장 급한 것부터 한다고 계획은 세워놨지만 잘 안 됐다.

그대로 진행시키기에는 여러 가지가 걸렸다.

풀어놓은 이삿짐을 자리를 잡아 정리하는데 진척이 잘 안 나갔고, 먼저 해야 할 일을 한다고 하는데 줄어들 질 않았다.

 

하품이 나왔다.

하기 싫고 질린다는 신호다.

비능률의 이정표이고, 안전사고 선행지수일 수도 있다는 경고다.

하는 것이 이득이냐, 안 하는 것이 이득이냐 판단을 해야 하는데 선택의 여지는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야 한다는 명제인 것이다.

안 해도 될 것이라던가 데보라가 혼자 살살 해도 될 것 같으면 무슨 구실을 대서라도 내팽개치고 나가거나 책을 잡거나 할 텐데 전후좌우를 살펴모매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붙잡고 늘어지니 일이 춰지는 게 아니라 몸이 늘어진다.

몸이 부대끼다보니 뭘 먹고 싶은 생각도 안 들지, 능률은 안 오르니 성질은 나지, 맘에 썩 내키지 않는 일을 하다 보니 땀은 삐질 삐질 나지, 바짓가랑이는 흘러내려 질질 끌고 다니지, 피시와 인터넷 세팅을 하는데 자꾸 에러는 나지, 텔레비전에서는 박빙의 승부라는 소리만 들리지, 벨이 울려 전화를 받아보면 언제 녹음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지글거리는 소리로 한 표 부탁한다는 것이지, 카톡소리가 연시 울려 열어보면 보내는 사람은 자기 소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받는 사람으로서는 귀찮은 것이지......, 뭐 대충 그런 것으로 씨름하다보니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렸다.

 

상황이 그래도 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누가 찾을지도 모르는 삼천포 자료를 추려 정리하다보니 의자에 앉아 한 번도 안 일어나고 대 여섯 시간 작업을 하고 내일 해야겠다고 하고 모니터의 시간을 보니 새벽 1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싶어 하던 일을 멈추고 잠을 청하여 잠이 들었는데 눈이 떠져 일어나보니 평소 일어나는 시간 그대로 4시가 조금 넘었다.

해야 할 밀린 일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어 다시 피시 앞에 앉아 어제 한 일을 뒤돌아보니 많은 진척이 있었다.

 

처음에는 어제 하루 일과가 엄두가 안 나더니 시작이 반이라고 차고 들어 하다 보니 돼 가는 것이었다.

오늘도 예정대로 평화방송 미사를 봉헌하고 보령 선영에 인사를 갈 수 있을 것 같다.

뭔가 짓누르는 것 같던 몸과 맘이 저절로 가벼워진 느낌이다.

이럴 때는 사소한 객기를 부려도 좋을 듯하다.

그래,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지레 겁먹고 나자빠질 것이 아니라 칼을 빼들고 휘둘러보는 것이고, 정 안 되만 늙은 호박이라도 찔러보는 거다.

맨 땅에 헤딩한다거나 하늘에 대고 허우적거리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아무 것도 안 하고 두 눈만 멀뚱멀뚱 거리거나 뻘짓을 하면 곤란하니 영양가 없는 삽질이라도 해야 한다.

잘 되면 성공이고, 안 돼도 본전은 되니 할 데 까지는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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