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 저 먹을 것은 갖고 태어난다.
손목만 잡아도 애가 들어서고 그를 마다하지 않고 낳다 보니 연필 한 다스도 가볍게 뛰어넘던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들에게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성경에도 비슷한 말씀에도 있다.
맞는 말인데 고전으로 돼 버렸다.
둘이 먹고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애들을 두셋씩 낳느냐며 거부하는 세대나 천문학적인 돈을 써가면서 추진을 해도 나아지지 않는 출산장려 정책에 기를 펴지 못하는 세대나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됐다.
어제 7년여 만에 LED 등을 교체했다.
작업하면서 사람은 다 자기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교체작업은 벌써 해야 했다.
조명률을 계산/측정해볼 것도 없이 균제도가 적정하지 못한다는 것을 감지한 것은 오래전이었다.
조명이 약해서 불편하면 얼른 갈면 된다.
그러나 이 핑계 저 핑계를 다며 그럭저럭 써왔다.
한가한 지금에 안 하고 더 미루는 것은 전기 공학도와 가장으로서 직무 태만이라 반성하면서 작업에 들어갔다.
대학 병원에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마트 전기 코너에 가 안방, 거실, 현관 방, 거실에 설치할 LED 등을 살펴봤다.
65W는 돼야 할 것 같은 안방과 거실용은 품절이어서 40W의 현관방용과 50W의 주방용의 두 개를 사 왔다.
둘이 합쳐서 7만 원 정도이니 가격이 많이 다운된 것이었다.
앞으로 기술진보와 생산증가에 따라 더 내려갈 것이다.
씩씩거리며 거추장스럽게 들고 들어와 큰소리를 쳤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 호들갑을 떤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생색을 내며 즐거워하고 싶었다.
외출복을 벗어 던지고 반바지 차림으로 갈아입었다.
작업대로 쓸 식탁 의자를 들고 가면서 공사 공시를 했다.
“자 지금부터 601호 조명등 교체공사에 들어갑니다. 좀 불편하시더라도 양해해주세요. 이 정도 밝기의 등으로 갈면 요리하는 장남숙 주방장 눈이 확 뜨일 것이고, 옷 개는 데보라 손발이 훨씬 부드러울 것입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라고 응원가를 불렀다.
작업은 간단하다.
넉 잡고 30분이면 충분할 것이라 예상했다.
요즈음 제품은 문외한이라도 간편하게 설치하고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에 전기 기술자가 전등 두 개 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운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간단히 말해서 헤맸다.
케이스에서 LED 등을 꺼내 살펴보니 구조가 달랐다.
깨알같이 적어놓은 안내서를 보기 싫었다.
등을 어찌 분리하고 설치할 것인지 요모조모로 살펴봤다.
만만치가 않았다.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이구나 하고 설명서를 간파하는데 만 이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뭔가 잘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데보라가 다가와서는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았다.
전등 삼매경인지라 얼굴도 안 돌리고 새로운 것이라 살펴보느라고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볼일 보라고 일렀다.
설치 방법을 터득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안전 차원으로 전등 차단기를 내리고 고개 들어 천장을 바라보면서 진행하는 작업이었다.
작업은 처음부터 삐거덕거렸다.
전등 브래킷을 고정하는데 실내장식 자재가 뭔지 나사못이 힘없이 들어가다 말고 덜그렁거렸다.
천장 어디에 나무가 있는지 드라이버로 꾹꾹 눌러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몇 번인가 시도를 한 끝에 가까스로 고정했다.
천장 배선과 전등 배선을 접속하는데도 간단치가 않았다.
실랑이를 벌이다 보니 어렵기도 하고 땀도 났다.
한참 만에 작업을 마무리했다.
전등 2개를 교체하는데 30분이 아니라 3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다 설치해놓고 정리작업을 하는데 한심스러웠다.
대형 공사판처럼 주방과 방은 어질러져 있고, 온갖 공기구와 자재는 여기저기 흐트러져 잘못하면 밟거나 부딪혀 다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우여곡절끝에 점등했다.
스위치를 켜는 순간 새로운 빛의 세상을 만난 것처럼 훤했다.
다 됐으니 나와보라고 소라 쳤다.
데보라가 안방에서 나와보더니 얼굴 땀구멍까지 다 보이겠다면서 더 일찍 할 걸 그랬다고 좋아했다.
말끔하게 뒷정리를 했다.
음료수 하나를 마시면서 생각하니 자신이 창피했다.
우리나라 전기 전압체계인 220/380V-22.9kV-154kV-345kV-765kV는 물론이고 국내 안전 접합인 울트라 초전압 60V에서 러시아의 울트라 초고압 1100kV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섭렵하는 전기안전 기술사이자 고전압 경력 35년 이상의 베테랑 전문가가 자기 집 전등을 갈면서 그렇게 씨름을 했다는 것은 누가 알면 남사스러운 일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미루고 미루든 해야 할 일을 했고, 불편해도 불편하지도 모르고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내던 것을 청산했고, 작은 일일지라도 다 해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되돌아보게 됐고, 벌써 팔다리와 목과 허리가 묵직한 것이 좀 안다고 해서 함부로 대들 일이 아니라는 것을 터득하게 됐다는 것만도 3시간의 난공사(難工事)의 값진 교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또 있다.
현재 전기 작업 현장에서는 안전이 무척 중시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도 무관치는 않지만 그 법이 아니더라도 안전제일은 중요한 가치인데 그게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220V 저압이라고 얕보면 큰코다친다.
감전과 전기화재 사고는 생활에서 항상 접하고 있는 직접 접지 전기 방식인 200V 계통이 배전선로와 변전소와 송전선로 전압인 고압/특고압/초고압/초초고압 계통 못지않게 위험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할 필요가 있다.
A) 데보라, 이리 와서 어깨 좀 두드려봐요.
어제 작업에 집중했더니 어깨가 뻐근해요.
D) 어련하겠어요. 누구한테 부탁하든지 할 것이지 너무 무리했어요. 다음부터는 그냥 두던지 누굴 부르든지 해요. 그러다가 다치면 안 하느니만 못하잖아요. 긁어 부스럼 만들 것은 없지요.
A) 에이, 그래도 명색이 기술사인데요. 그 정도는 해야지요.
D) 아니지요. O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녜요. 이론적으로 해박한 요리 박사라고 해서 배달통부터 시작한 실무적인 요리사를 이긴다는 법은 없는 것이지요.
밝은 전등을 보고 좋아하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런 대화를 나누는 D&A는 웃기는 짬뽕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날은 밝아온다.
전기쟁이가 아니어도 다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설명을 해놨는데 “지금 3S 시대인데 이게 뭐야. 얘들은 설치와 이용이 편리하게 만들고, 알아보기 쉽게 설명을 해놓을 거이지 뭐가 이렇게 복잡해”
두문불출 침잠하는 오늘은 무슨 일로 소동을 피우고 웃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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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