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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사람 좀 구해주세요

by Aphraates 2022. 3. 13.

어지간한 도시에서는 직업소개소를 볼 수 있었다.

사람 왕래가 잦은 역전이나 차부에 있었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나선 농어촌 출신들을 위한 소개소였다.

사람을 구하는 사람과 일자리를 찾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었지만 어려운 처지를 악용하여 돈벌이 수단으로 몹쓸 짓을 하는 곳도 없지 않았다.

요즈음도 있긴 한 것 같은데 빛바랜 간판이 시들해 보인다.

사회 구조의 변화와 함께 더 간편한 방법으로 사람을 찾고 일자리를 찾는 시스템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소개소 대신에 소규모 용역사가 활발하고, 메이저 신문사보다는 직접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교차로 같은 지역 신문이 자리하고 있다.

구인() 시스템은 오프라인을 대신하여 온라인으로 재편됐다.

 

보통 사람들의 구인()만 그런 게 아니다.

특별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선출직인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자체장이나 임명직인 국무위원이나 특수직 기관장도 하나에서 열까지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앙지와 지상파 방송이 아니더라도 유티브나 개인방송이나 미니 신문 같은 대중매체가 발달해 있어 SNS만 연결하면 구인자와 구직자의 속 팬티가 뭔지 다 보이고 신상이 어떤지 너덜너덜할 정도로 털린다.

좋게 얘기하면 검증이고 안 좋게 얘기하면 폭로인데 피할 수 없는 단계다.

오죽하면 대감(장관)이나 영상(총리) 자리를 제의받고도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자신이 없어 다른 이유를 들어 고사하는지 안 당해본 사람들은 모를 거라고 한다.

성인군자를 뽑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달달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너무 과도하다는 문제 제기가 되기도 하지만 역작용보다는 순작용이 많다는 결론이니 그 험한 다리를 건너야 하는 것은 필수라 하겠다.

 

어제는 노땅의 육 후배 사장님과 좀 덜 노땅의 강 후배 지점장님을 만나 본의 아니게 즉석 직업소개소를 열어 구직과 구인을 성사시켰다.

전기 안전관리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하여 선후배가 같이한 오찬이었는데 개략적인 탐색전 끝에 구직과 구인 매칭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전기 계통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관계자들을 만나면 사람 좀 구해주세요가 인사다.

일정 자격과 경험을 가진 기술자가 부족하단다.

풍요 속의 빈곤과 빈곤 속의 풍요의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영세한 곳에는 사람이 부족하여 야단이란다.

외국인 근로자 철수로 인하여 공백 상태가 이어지지만 그를 대신할 국내 인력이 없단다.

반면에 대기업이나 공공계통 같은 강세 지역은 취업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 아우성이란다.

 

OB도 극과 극이다.

오라는 데는 많은 데 갈 사람이 없는 곳이 있는가 하면 가야 할 사람은 많은 데 오라는 곳이 없어 편차가 심하다.

 

참 어려운 문제다.

() 측에서 바라는 양질의 일자리와 사(使) 측의 목표인 고율의 경영 수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명제다.

이론상으로나 실무상으로 복잡하다.

자신만만하게 공약을 내세우고 의욕적으로 추진하지만 얼마나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희망적이어야겠지만 많은 것들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라서 실망적인 것에 대비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동시에 구인난과 구직난을 겪는다.

마주 달리는 열차가 충돌하지 않고 지나가는 기이한 일이다.

시스템상으로나 휴먼상으로나 오류가 있지만 유지가 되는 것이다.

고학력과 선진국 문제점도 있어 보인다.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자식새끼들은 학교에 보내다 보니 인적 구조가 대갈장군처럼 되었다.

또 먹고 살기 위하여 무슨 일이든 해야만 했던 보릿고개 시절이 가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시대에 굶으면 굶었지 질 낮은 일은 못 하겠다고 피하는 풍각쟁이가 나타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못 가서 안달이든 월 500달러 정도의 1970년대 말 중동 파견 근로자나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만 했던 월 100달러 정도의 1960년대 말 월남 파병 장병이 생각하면 속 터질 일이지만 세상이 그렇게 달라졌다.

 

잘 됐으면 좋겠다.

아직은 사람 좀 구해주세요보다는 일자리를 좀 알아봐 주세요가 우세한 편이니 시의적절한 해결책이 있었으면 한다.

출산 장벽과 노령 인구 급증 문제와도 무관치 않아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그 복잡성을 더 해가는데 아무리 어려울지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찾아보면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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