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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by Aphraates 2022. 3. 11.

적막하다.

삼천포에서 철수도 하여 이삿짐 정리도 대충 됐다.

불가역적이라 할 정도로 극심한 공방을 벌이던 선거도 끝났다.

안주로 삼을 상사나 부하, 지인과 남남도 다 자취를 감췄다.

노땅이나 백수는 두문불출과 무소식이 희소식의 나 홀로 모드다.

혼자 북치고 장구 치며 오지랖 넓게 동동거리던 행보도 느려졌다.

울든지 웃든지 간에 뭐 쌈박하고 참신한 것도 안 보인다.

할 일이 없으면 담장이라도 헐었다가 다시 쌓는 것처럼 홀로 사는 것에 길든 것도 갑자기 시들해졌다.

줄지어 겹겹이 기다리고 있는 회동도 활력이 엿보이질 않는다.

먹고 살기 어려운데 무슨 우울증 같은 이야기냐며 웃어넘기던 것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끈 떨어진 뒤웅박인가.

나이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안 어울리지만 그런 상태다.

손에 움켜쥐고 있으면서도 뭔가 잃어버린듯한 표정에 부조화 그대로다.

모든 것이 끊기고 멈춰버린 듯한 상황에서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자신에게 길을 묻는다.

 

사람은 움직일 수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인제 그만 일손을 놓고 여행 다니면서 맛있는 거나 먹으며 즐겨라.

낮에는 주말농장에 갔다가 저녁에는 퇴근하여 가족과 함께 오붓한 밥상을 갖는 것도 소확행(소슬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허비할 시간이 없으나 촌음을 아껴 당신과 이웃을 위하여 자신을 봉헌하는 기쁨에 맛 들여라.

머리를 안 쓰고 멍때리기 하면 치매에 걸리는 지름길이니 고스톱을 치든 시험을 보든 머리를 써야 한다.

구들장 짊어진 채로 먹고 자고 하면 찌는 것은 살뿐이고 불우한 노후를 맞이하는 것이다.

누구 술 사주거나 누구한테 술 얻어먹을 것도 없이 김밥 덩어리 하나 들고 산에 올랐다가 내려와 막걸리를 곁들여서 하는 점심도 맛있을 것 같다.

연상이든 연하든, 이성이든 동성이든 뜻을 같이하면서 어울려 스포츠 댄스를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무전여행 비스름하게 아메리카대륙 서부 개척에 나선 교장 친구 일행과 같이 체력이 달린다 엄살 부리지 말고 파미르나 안데스에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장차 회사 사정이 어떨지 모르니 좀 시간이 있을 때 국내 성지순례나 휴전선 지역을 여행해봄직도 하다.

괜스레 체력과 재력 고갈시키지 말고 아낄 때는 아껴야 한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다 맞는 것 같다.

그러니 가야 할 길이 어디인가.

답은 오리무중이고 그때 그때마다 다르다.

1996년도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장 시에 일정을 서둘러 마치고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귀국 때에 들렸던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할리우드에서 산 빛바랜 모자를 빨아 널어 말리는 중에 매만지노라니 감개무량하다.

통 안 보이더니 그 모자는 어디서 나왔느냐며 버리라는 듯이 웃는 데보라지만 많은 사연이 있고 애착이 가는 모자이니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그때 그 시절을 뒤돌아본다.

최인호 선생님의 글 길 없는 길(1993)”과 함께 조관우 가수의 (1997)”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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