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청양 나들목

by Aphraates 2022. 3. 31.

1) IC, 기술 용어로서 집적회로 반도체다.

산업의 쌀이라고 한다.

반도체 기술은 첨단고도 정보통신시대의 핵심이다.

 

2) IC, 지리 교통 정보 용어로서 인터체인지다.

고속도로의 진출입로다.

IC(나들목/진출입점/고속도로와 일반도로 연결), JC(갈림목/분기점/고속도로 간 연계), TG(톨게이트/요금소)와 연계하여 생각하면 쉽게 와 닿는다.

 

오늘은 두 번째 IC 이야기다.

미당 선생의 고향 청양군은 칠갑산을 기준으로 하여 산너머 남쪽과 북쪽으로 구분했다.

남쪽은 정산면, 목면, 청남면, 장평면(적곡면/미당리)4개 면이다.

북쪽은 청양읍, 남양면(사양면), 화성면, 비봉면, 운곡면의 5개 읍면이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여 대전에서 서울이나 부산을 가는데 2시간여 소요되어 일일생활권이라 하는데 동서남북으로 길어봐야 100km 이내인 농어촌 소도읍은 끝에서 끝을 간다고 하여도 반나절 생활권도 안 된다.

하지만 라떼는 아니었다.

미당에서 정산이나 적곡간의 거리가 5km 이내이지만 걸어서 가려면 1시간 이상이 덜리는 먼 거리였다.

그러나 청양군 산 너머 간에 이질감이 있었다.

생활권도 달랐다.

같은 군이지만 청양으로 안 통하고 남쪽은 공주와 부여 권이고, 북쪽은 보령(대천), 홍성, 예산권이었다.

군청 소재지인 청양읍은 5개 시군으로 포위된 구도였다.

 

남쪽 장평면 미당리가 고향인 미당 선생은 공주(公州)파였다.

미당 사람들은 대부분이 공주 파여서 생활이 공주와 연결돼 있다.

지금은 청양 쪽으로 기울었지만 예전에는 그랬다.

 

길도 그랬다.

 

미당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외길이었다.

미당-공주-광정-천안-평택-오산-수원-영등포-1 한강교-용산 시외버스 터미널 노선이었다.

경부고속도로가 생기고부터는 천안에서부터는 그를 이용하여 경기도에 있는 국도를 지나지는 않았다.

미당에서 대전 길도 외길이었다.

부여와 논산으로 돌아가는 길도 있었지만 거의 이용 안 했다.

미당-정산-우성-공주-공암(세종:대평리/종촌)-유성-만년교-수침교-서대전-대흥동 시외버스 터미널이었다.

당진-대전 고속도로와 공주-서천 고속도로가 개설되고부터는 고속도로와 국도를 이용하는 것이 반반 정도이다.

국도는 부여-논산길, 금강 변 백제큰길, 신풍-마곡사길, 공주-동학사길, 공주-세종 길로 다양해졌는데 거리는 50km를 기준으로 하여 좀 차이가 있지만 소요 시간은 1시간 이내로 거의 비슷하다.

 

청양에 살 때도 서울 가는 길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양(청수리)-청양-운곡(광시)-예산-도고-신창휴게소-온양온천-천안삼거리-경부고속도로-용산 시외버스 터미널(남부터미널)이었다.

서해안 고속도로, 당진-대전 고속도로, 공주-서천 고속도로가 들어서고부터는 주로 그를 선택하여 이용했는데 그럴 기회가 적을 때 대전으로 이사 나와 감이 좀 떨어진다.

 

청양은 그렇게 변두리에 고속도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시내를 관통하거나 가까이에는 고속도로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ICJC도 청양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청양군에 있거나 청양에 가까이 있으니 청양이라는 명칭이나 이정표의 ICJC가 있긴 하나 온전히 청양 이름을 붙이기가 미안할 정도로 멀다.

 

청양 IC를 봐도 그렇다.

칠갑산 너머 공주와 부여 쪽으로 청양군의 정산면, 장평면, 청남면, 목면과 인접한 학바위에 위치하면서 미당 선생 모교인 미당초등학교 건너편에 있는데 청양군의 남쪽 끄트머리로서 청양에 기려면 꽤 먼 거리다.

그런데도 그 지역이 행정구역상으로 청양군이라 청양 나들목이라 명명한 것이다.

우리 고향 지리를 잘 모르는 외지인이 칠갑산이나 청양을 가려고 거기로 빠져나왔다가는 내비게이션 여자가 안내해주는 대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다가 하루 품 맬 수도 있다.

 

그런데 머지않아 늘공이 어공이 되고, 어공이 늘공이 되듯이 바뀐다.

평택-부여-익산 고속도로가 개설되며 진짜배기 청양 나들목이 들어선단다.

청양 성당이 있는 우성이산 중턱에서 훤히 보이는 사양으로 가는 길 중간의 군량리와 정좌리 경계 지점에 나들목이 생긴단다.

지난주에 청양에 갔을 때 대단위 토목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무슨 공사냐고 물었더니 그게 바로 청양 나들목이라며 드디어 청양에도 나들목다운 나들목이 들어선다며 웃었다.

명실상부한 나들목이 생겨 반갑지만 우려의 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개는 고속도로나 나들목이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생기는 바람에 새우젓의 본향인 광천이, 안면도 해저터널이 생기면서 주변 시군이 기대에 어긋나는 효과로 불만과 불안감이 있는 것과 비슷한 이상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길이 좋아지다 보니 길목에 있는 지역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큰 도시로 직결되어 오히려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환경과 소음 공해만 가증시키고 있는 곳이 전국적으로 상당하다는 평가를 유념해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이 서울로 통한다.

농어촌은 소멸하고 거점도시로 몰린다.

돈이 안 되면 세상없는 것을 만들어 놔도 소용없다.

고속도로나 나들목이 지역 균형 발전에 이바지했으면 한다.

그를 위하여 큰 노력을 하고 재정 투입을 하지만 길만 시원하게 신작로로 만든다고 해서 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부수적인 것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무쪼록 주마간산(走馬看山)이 되지 말아야겠다.

여기가 OOO인가, 저기가 OO인가, 거기가 OOOO인가 하고 한 번 힐끗 쳐다보고 쌩 달려 내빼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모르겠다.

 

칠갑산/주병선(조운파작시/작곡)/1989, 다음

울고 왔다 울고 간다는 청양이라고 했다.

왜 그런지는 와서 살아 본 사람은 안다.

그만큼 외진 곳이자 인정 넘치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지금까지 죽 이어져 오고 앞으로도 이어져 갈 칠갑산 남쪽 본가 미당 지역에서도 함께 살아온 분들이 몇 분 안 계시고, 고향 찾아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곳인 칠갑산 북쪽 사양과 청양 청수리에도 아는 한전 선배들이 거의 없다.

안타깝기도 하지만 흘러가는 세상이 그런 걸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말자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역부족에 약해지기만 한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린 깐부잖아  (0) 2022.04.02
  (0) 2022.04.01
까뽑  (0) 2022.03.30
귀환  (0) 2022.03.29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  (0) 2022.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