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면 까고, 뽑으라면 뽑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일 것이다.
언젠가 종종 해본 소리이기도 할 것이다.
맞다.
군에서 나온 말이다.
한국전력과 같은 공공기관이 그랬듯이 우리 사회가 덜 성숙하였을 때 행정, 조직, 업무 관리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선도자적으로 일익을 담당했던 명령체계가 가장 강력한 군에서 비롯된 말이다.
남(여)군 병영에서 해야 할 것을 못(안) 하여 기합을 받거나 훈계를 들을 때 구호처럼 나오던 분노의 일갈이다.
차마 입에 올리기 민망한지라 상징적인 비유를 자세히 설명하긴 그렇다.
하지만 군필자든, 미필자든, 방위필이든 알 사람은 다 아는 말이어서 가벼운 쓴웃음을 질 것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라.
그래야 신상에 이롭다.
쥐뿔도 모르면서 입만 나불거리다가는 큰코다치는 수가 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
그럼 지금부터는 토를 달며 군말하지 말고 밀고 나가라.
앗다, 그거참 거칠고 살벌하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고, 좋자고 하는 일인데 그렇게 삭막해서야 어디 쓰겠는가.
그러나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
익히 경험한 바이고 노하우도 쌓였으니 살아가는 한 장르라 생각하고 따를 때는 따라주는 것이 만수무강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
남들 얘기하는 것 같지만 미당 선생 꽈이기도 하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주창하면서도 때로는 그런 마구잡이도 필요하다는 견해이다.
선천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
이마가 반질반질하게 성질이 고약하고 까칠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후천적으로 굳어졌다.
말 한마디면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던 권위주의와 군사문화에 길들고 익숙하여 후천적으로 그리된 것이다.
깃발을 날리며 그럴 때는 일이 참 시원시원하게 잘도 돌아갔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그로 인하여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긴 했다.
하나 대를 위하여 소를 희생하고, 개인보다는 국가와 조직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것이 시대를 호흡하는 진정한 애국자라고 하던 때였으니 나와 나의 삶을 중요시하면 뺀들거렸다가는 그냥 아웃이었다.
라떼의 옛날이야기다.
꼰대의 아픈 추억이기도 하다.
지금 그랬다가는 왕따를 넘어 정신병자 취급당한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그도 바뀌어야 한다.
안 바뀌면 스스로 망하는 길을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반대로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
그런데 잘 안 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통한다.
개선해야 한다는데는 공감하면서도 실천하려면 거북스럽고 잘 안 된다.
옛 향수를 잊지 못한다.
다급하거나 답답하면 버럭 그런 소리를 지르는 본성이 나온다.
거의 선천적인 양상으로 굳어져 스스로 제어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반성하고,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하면서도 잘못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기에 앞서 요즘 것들은 뭘 모른다고 남 탓하는 것도 잔재가 남아 있어 조심스럽다.
참 말들도 많다.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 나르샤 하겠다.
어지간히도 할 일없고 자발 없다.
따지기는 뭘 그리 따져.
흐르는 대로, 되는대로 해.
그렇게 콩이냐 팥이냐 따져봐야 득 될 거 없어.
아니 되 옵니다 나 지당하십니다만 연발치 말고 일이 되는 방향으로 해 봐.
앵앵거리거나 헤헤거리지도 마.
톱다운 이니 보텀업이니 가릴 거 없어.
눈치 볼 것도 없고, 법도 필요치 않아.
그러면 일이 저절로 잘 되게 돼 있어.
거실이 답답하다.
스탠드 아래서 고개만 좀 돌리면 훤히 보이던 밖이 가려져서 그렇다.
삼천포에서 싣고 온 사무실 살림살이 때문이다.
심심할 때마다 정리하여 거의 마무리 되었는데도 뒤적거리면 또 정리해야 할 것이 나와 쌓아 두다 보니 크고 작은 박스 열 개가 넘는다.
대전 둔산동 현재 온도가 4℃이다.
베란다로 나가니 찬 기운이 감돌면서 재채기가 나온다.
얼른 모자를 뒤집어써 이마빡을 가렸다.
터 오는 여명과 함께 하나둘 불이 켜지는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노라니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켰지만 하나하나 풀어져 나가는 현실도 답답함을 더해주는 것 같다.
선창자가 구호를 외치면 복창하며 따라가는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하나 그리움은 그리움이고 추억은 추억이다.
명확한 사실인데 과거를 현재로 모두 이어가기는 어려울 테지만 그래도 희망가를 부르는 1/4분기의 끝으로 2/4분기가 시작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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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