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동대표 회장과 감사 입후보자 포스터가 게시판과 승강기에 줄지어 붙어있다.
열성적이다.
자신을 알리고 홍보한다.
아파트 단지 출입구마다 후보자들이 서서 허리 굽혀 인사하며 프로필이 적힌 쪽지를 나눠준다.
후원자도 있는 듯 아름아름 누구를 찍어달라는 부탁도 들어온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선거 홍보, 방법, 규제 사항에 대해서 방송을 한다.
어찌 보면 초등학교 반장 선출처럼 가장 기초적인 선거라 할 수 있는데 치맛바람도 분다니 약간은 과열 현상을 보이는 것 같다.
기현상이다.
전에는 아파트 동대표라면 슬슬 피했다.
갖은 구실을 대며 동대표를 할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동네 주민으로서 동네를 위하여 봉사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할 수 없으니 제발 한 번만 봐달라며 읍소했다.
그런데 지금은 서로 하겠단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후보자들이 제법 된다.
내가 한번 해보겠다고 자천 타천으로 출사표를 던진다.
낯선 풍경이다.
권장할 것인지 피할 것인지 입장 난처하다.
긍정적으로 볼 것인지 부정적으로 볼 것인지도 애매모호하다.
동대표 트라우마 때문이다.
미당 선생도 아파트 입주 초창기 혼란스럽던 시기 얼떨결에 동대표 겸 감사를 1년 동안 했다.
서로 밀고 당기느라 결론이 안 나는 안건을 죽 싸놓고 내 돈 써가면서 밤늦게까지 회의를 하는 것이 지겨웠다.
먹잘 것은 고사하고 막걸리 한 잔에 멸치 꼬랑이 하나 볼 수 없는데 무슨 큰 이권에나 개입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여간 기분 나쁜 게 아니었다.
몇몇 열성분자들이 몰려다니며 모사꾼 역할을 하는 것이 꼴 보기 싫어 누군가 걸리기만 하면 그대로 안 두겠다고 큰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임기가 끝나자 연임해달라고 하였지만 누가 등 떠밀어도 다시는 할 일이 아니라고 혀를 찼다.
그런데 지금은 서로 하겠다니 뭔가 이상하다.
동대표를 하는 환경이 나아졌을 것도 없을 듯하다.
갈수록 이기적으로 변해 가는데 동네를 위하며 헌신 봉사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돌연변이는 뭔지 속내를 모르겠다.
포스터 후보자 면면을 대충 훑어보았다.
약방에 감초처럼 끼는 내내 그 인물들이다.
동대표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터득했는지 모르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던 장본인들이자 얼치기 전문가라 할 수 있다.
특별한 대우를 해주는 것도 아닐 텐데 다른 후보자들을 디스해가면서까지 내가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 영 어색해 보인다.
믿고 싶다.
해묵은 갈등과 분란을 종식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 단지를 만드는데 이바지할 것이라 믿고 싶다.
과열 현상을 볼 때 모종의 이해관계자도 될 수 있음을 불식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진정한 봉사자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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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