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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뚜기 뚜기

by Aphraates 2022. 4. 12.

바쁠 때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근심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해야 할 일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뒷순위로 밀리면서 녹아 없어지곤 했다.

그런데 얼마 안 됐지만 동분서주한 것을 벗어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불안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속담은 아예 접혔고 메뚜기도 한철에 장마다 꼴뚜기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나이 들어가는데 건강이 얼마나 버텨줄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데 좋게 이어오던 환경이 갑자기 변하지나 않을까, 크게 내려놓을 것도 없지만 그나마 간신히 붙잡고 있는 것을 얼떨결에 놓치지나 않을까, 그럭저럭 유지해오던 운신의 폭이 푹 줄어들지나 않을까, 없으면 안 쓰고 안 먹으면 된다고 말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사리 될까......, 떠오르는 것들의 면면을 보면 그도 욕망을 넘어 과욕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쉽게 내려놓을 수 있을지 속단하기가 어렵다.

자신감이 점점 쇠퇴해 간다.

나빠지면 나빠지지 좋아질 것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런 약점을 예견하면서 준비도 하고 걱정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대적하여 치유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나이의 OBYB 못지않게 전문 직업인으로 활동하는 것이 비정상이고 치매에 걸린 것이라던 친구의 농담이 생각난다.

또 그 연세에 누군가가 불러주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신 것이고 복 받은 것이라며 웃으시던 분의 모습도 떠오른다.

 

새벽 묵상을 하는데 그도 금단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방심하거나 자칫 잘못하면 잠재된 욕망과 실망 때문에 어려워할 수도 있겠다고 하는 걱정도 됐다.

어찌해야 할까.

달리 방법이 없을 것이다.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 적응하며 순리에 따라 묵묵히 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 같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른다.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다.

스스로 한계를 터득하고 인정하는 것이 서글프지만 그 역시도 자신의 몫이니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드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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