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따라다.
맘은 이팔청춘인데 갈수록 구부러진다.
짝이던 것이 다스로, 다스이던 것이 어느새 단수로 변했다.
자꾸 소외당하는 것 같아 고집은 세지고, 내 귀가 잘 안 들리니까 목소리도 커진다.
중시하던 체면도 빛이 바래어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다.
OB로서 10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아직 우리는 성성하다고 주창하지만 너 노땅들은 뭣 때문에 저렇게 시끄러우냐고 눈총을 주는 것 같다.
옆에 늘어놓은 빈 병을 보고 많이 먹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8명이 한 자릿수인 것을 그리 생각하는 자체가 많이 위축되고 쪼그라든 것이다.
생선회 4㎏이 적을 것 같다고 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망설였는데 그를 다 먹는 데도 버거움을 느껴 서로 먹으라고 밀어냈다.
안주로서 각광받던 생선회였는데 접시에서 집어다가 양념을 찍어 먹는 속도도 느리고, 맛있게 먹는 표정도 아니었다.
3년 만이다.
코로나로 만날 엄두도 못 내는 12회가 B 수산에서 오찬으로 만났다.
대형 횟집에는 어버이날을 기하여 어른들을 대접하는지 발걸음도 불편한 노인들을 모시고 오는 청춘들이 제법 됐다.
만나서 반가웠다.
그러나 무척 반갑다고 하기에는 미안할 정도로 썰렁했다.
이제 매달 만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자주 만나자고 술잔을 부딪치며 브라보를 외쳤지만 잔 부딪히는 소리는 패그르르 하여 시들해졌다.
모처럼 만났으니 유성 온천과 이팝나무 축제에 가서 막걸리 한 잔 더하자고 가시는 분들도 있고, 집에 가야 할 일이 있다면서 발길을 돌리는 분들도 있었는데 흥에 겨워 고성방가하는 그런 분위기는 아닌데다가 간신히 2차로 가는 것이 왠지 쓸쓸했다.
정년퇴임 동기들이라면 이제는 만나 얼굴 한 번 보는 것으로 만족해도 불만이 없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는 것이 차마 싫지만 가는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으니 슬픈 일이다.
술 짝이 다스로, 다스가 몇 병으로 되었다.
그럼 그다음은 몇 병을 장식용으로 놓고 시원하거나 따스한 물로 대신하다가 그도 지나면 소주 한 짝 케이크로 짝을 대신해야 할 텐데......, 즐거운 만남이 초라한 모임으로 되었는데도 이제는 비빌 언덕조차도 점점 허물어지는 것 같아 맘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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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