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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요란 搖亂

by Aphraates 2022. 5. 6.

다 드러난 것이다.

밝혀진 것은 비밀이 아니다.

훤히 드러난 것은 신비감이 없다.

경계를 따지기도 애매모호하다.

애초부터 그렇게 부를 성격의 것도 아니었다.

오른손으로 해봐야 왼손으로 가는 것이고, 왼발로 차봐야 바른 발에 걸리는 것이다.

 

그래도 비자금(秘資金)은 비자금이다.

데보라 쌈짓돈이 그렇다.

바닥날 처지여서 내가 채워준다고 했다.

그러나 급한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차일피일 말뿐이었다.

 

한데 그를 채워주고 싶었다.

가정의 달에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던 것 같다.

 

양말도 안 신고 운동화 차림으로 아메리카 박의 선물 SF(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 모자를 쓰고 은행에 깄다.

급할 때, 현금 지급기를 찾아 나가기 싫을 때 몇 장만 꿔줘하면서 곶감 빼먹듯이 하다 보니 항상 홀쭉해지고 두둑하지 못한 빛바랜 누런 현금 봉투 보기가 미안한 것을 더 미루고 싶지 않았다.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고 하듯이 주머니 위치를 따질 우리는 아니다.

그래도 항상 소정의 몫이 채워져 있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봉투를 두툼하게 채워주려는 것이었다.

 

휴일 거리치고는 분주하지 않았다.

인파와 차량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교통 안내하는 호루라기 소리나 주차하면서 다투는 소리가 요란한 활력이 넘치는 거리 모습은 아니었다.

 

5월이 가장 큰 대목인 꽃상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달은 월초부터 월중까지 북적거려야 어울리는 곳이다.

우리 동네 이웃인 둔산 꽃상가는 오징어잡이 배처럼 켜놓은 전등이 화려하고 꽃향기도 물씬했다.

그런데 좀 점잖았다.

꽃 가격을 묻는 측도 대답하는 측도 그렇게 신바람 나 보이진 않았다.

노점에 내놓은 진열대의 꽃다발이나 화분 자리가 금세 비어 채우기가 바빠야 제격인데 움직이는 손발이 여우가 있어 느긋했다.

개인이나 나라나 살림살이 규모가 커졌으니 이때쯤에는 고양이 손을 빌릴 정도로 북적거려야 하는 데 그 반대였다.

진풍경이 아니라 이색 풍경이었다.

오랜만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를 기대했던 상인들이나 아르바이트생들도 좀 실망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윤문(尹文) 두 어른의 신구 교체가 며칠 안 남았다.

가는 측은 석별의 정으로 조용하고, 오는 측은 환영의 미소이어야 할 것 같은데 이례적으로 조용하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관련된 것들이 아직도 정중동(靜中動)인가 보다.

자연스럽게 축제의 노래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이럴 때는 요란 법적 지끈하고 야단법석이어도 누가 뭐라 안 할 텐데 조용히 하다못해 적막감까지 드니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선수도, 감독도, 심판도, 관중도 휘날리는 깃발을 중심으로 다 함께 환호성을 울리면서 팔딱팔딱 뛰는 역동적인 경기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힘없이 터벅터벅 향촌으로 걸어오는 발걸음처럼 무료하지 않고 요란할 때는 요란해야 어울린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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