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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주사위

by Aphraates 2022. 5. 8.

주사위 통을 흔든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팔이 아프게 흔들어댄다.

운명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기대를 극대화한다.

 

주사위는 복불복(福不福)이다.

1에서 6까지 무슨 숫자가 나올지 모른다.

주사위 면을 몰라보게 변조하여 흔들어대고 쓰는 힘에 따라 특정 숫자가 나올 수 있게 하는 야바위꾼 수법도 있긴 하다.

하나 그거는 비정상적이니 언급할 필요가 없다.

정상적으로 일정한 주사위 숫자가 나온다는 가정하에서 마구 흔들어대면 어떤 숫자가 나올 것이다.

주사위 숫자는 약속이다.

원하는 어떤 숫자이든 아니든 나오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합의가 되었으니 적어도 그 판에서는 나온 숫자가 답이고 결과다.

 

그러나 절대적은 아니다.

꼭 주사위 숫자만은 아닌 것 같다.

막 흔들어대어 1에서 6 사이의 한 숫자가 나올 것이라 믿고 다들 눈을 한곳에 모으지만 전혀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 같은데 상황이 발생한다.

그를 보고는 다들 눈이 휘둥그레진다.

주사위 통 안의 주사위는 어느 숫자도 아니다.

어떤 숫자라 판가름할 수 없는 모서리가 주사위 통 바닥에 쇠에 지남철 달라붙듯이 착 붙어있는 것이다.

길조인지 흉조인지 모르겠으나 기상천외하고도 해괴망측한 일이다.

 

미당 선생한테 그런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성동격서의 작전은 아니다.

무심결에 저지른 일인데 그 이면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주 칠갑산 모임에 갔다가 설설 기어들어 왔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이 없는데 잠에서 깨보니 안방 침대였다.

안락한 침대가 아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 후유증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사나흘 끙끙 앓았다.

주말 즘이나 되어서 기사회생하여 호사다마에 대한 후회막급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다른 변화도 생겼다.

자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숙면하는 체질인데 언젠가부터 하룻저녁에 두세 번 정도 깨는 체질로 변했다.

그런 증상도 정상이 아니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을 들었지만 크게 불편한 것은 아니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몇 년이 지났다.

한데 그 증상이 칠갑산 고행과 낙행을 기화로 사라졌다.

앓고 난 다음에 잠자리가 더 편해진 것이다.

완전히 없어진 것인지 잠시 잦아들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며칠 안 돼 단정하기 어려워 더 기다려봐야 할 텐데 어찌 그리됐는지 신기하다.

조금씩 물이 새는 수도꼭지를 새것으로 바꿔 잠그면 물 한 방울도 안 나오고 열면 물이 폭포수처럼 나오는 격이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식이지 모르겠으나 이열치열로 뭔가 급격한 변화가 긍정적으로 온 것이 아닌가 한다.

 

어버이날이다.

시달리면서도 아들이 부모님을 그리워하듯이 부모님도 하늘에서 내려다보시고 그런 아들을 걱정하실 텐데 공동체 미사를 봉헌하면서 안 그러려고 노력하겠노라고 말씀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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