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무보직

by Aphraates 2022. 5. 9.

 

무보직 제도가 있다.

공공 조직 계통은 물론이고 일반 사회 조직에도 있다.

퇴직을 앞두고 현업에서 물러나 퇴임을 기다리는 제도다.

공로 연수라고도 하고, 무보직이라고도 하고, 대기발령이라고도 한다.

제도 근본적인 취지는 퇴직 전에 숙려기간을 둬 퇴직 후 사회에 나가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부차적으로는 후배들을 위하여 길을 열어준다는 명분을 내세우기도 하는데 강제로 퇴직시키는 방법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대상은 전 조직원이 해당한다.

전에는 주로 간부들이 대상이었지만 요즈음은 비 간부 직원들한테도 일정 적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대개가 간부급은 강제적으로, 직원급은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간부는 그 시기가 도래하면 무조건 무보직이 된다.

반면에 직원은 그 제도를 적용받아 조기에 퇴직 대기를 할 것인가, 대기를 하지 않고 퇴직 전날까지 현업을 계속할 것인가를 본인 판단에 맡긴다.

강자인 간부보다는 약자인 직원을 배려해주는 것이다.

 

미당 선생은 무보직 기간이 좀 길었다.

제도를 임의대로 이용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불가피했다.

퇴직 무렵이 정년 연령을 58세에서 60세로 바뀌는 과도기여서 무보직 기간이 배 정도로 길어졌다.

그를 두고 누구는 혜택을 받았다고 하기도 했고, 누구는 멀쩡한 사람 너무 일찍 삭탈관직했다고 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개인적으로는 빨리 그만뒀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경제적으로는 좀 이득일지라도 그보다는 정신적으로 받는 고통이 커서 그를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수십 년을 대과 없이 지내고 마무리하는 단계였다.

그런데 끝판에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발생하여 책임을 지게 되면 오점이 남는 것이기 때문에 느슨해진 시간이 빨리 지났으면 했다.

교대근무 하는 간부들한테는 이례적으로 무보직 기간이 없이 끝까지 근무하다 정년퇴임을 하는 선택권을 줬는데 그를 희망하는 간부들도 있었다.

좀 의아스러웠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 그런 선택을 하겠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는 가능한 한 일찍 일손을 놓고 퇴임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텐데 왜 불안하게 끝까지 현업에 종사하려고 하는지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정권 교체기다.

많은 것이 변화할 것이다.

특히 공직 계통에 인사 태풍이 불어올 것이다.

새로운 때 한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늘공이나 어공이나 좌불안석일 것 같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이나 정무직들이야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자리를 보전하거나 오히려 영전 내지는 영입 받는 고위직도 있으나 대부분은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자리를 떠나는 것으로 알고 있어 큰 혼란 없이 아쉬움 정도가 남을 것이다.

그러나 중하위직은 사정이 다르다.

평생 직장의 생계 수단이 위협받는 것이다.

영혼이 없는 사람들이란 소리에 고개를 떨구고 기다리는 불안함을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변혁기에는 기강 확립 차원에서 얼음판이나 파리 목숨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마련인데 그 시련을 겪어내자니 영 불안하게 된다.

 

우리 아저씨가 한 자리 차지했는데 뭐 떨어지는 거 없나.

든든한 지주 역할을 해주던 우리 친척이 봉고파직 당하여 곧 낙향할 텐데 파편 맞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극대 극이 벌어지기도 할 것이다.

극복해야 할 당면과제다.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원론적으로 자위하는 것으로 갈음해도 좋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상전벽해가 될지라도 서 있을 땅은 있다.

자기 중심을 잡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게 하면 불어닥친 태풍도 너끈히 버텨낼 테니 불안함을 떨쳐버리고 그런 걱정일랑 저 먼 산 고목에 붙들어 매는 지혜와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감리단장에서 면직된 지 딱 2개월이다.

현재는 다른 형태의 무보직이다.

미루었던 일들을 하느라 또 다른 아이템으로 바쁜 두 달을 보냈다.

오늘은 부산에 간다.

대전 집에 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낸 지 꽤 되었는데 오늘 작별 인사를 통해 그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다.

내일은 입찰 면접을 보러 간다.

새로운 임지가 결정되는데 장기간일지 단기간일지는 향후 일정에 따라 달라질 텐데 그것은 임의대로 할 수 없으니 주어진 과제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갈음해야 할 것이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 출장길에  (0) 2022.05.10
전진  (0) 2022.05.10
이곳이 아니라 저곳에 계시지만  (0) 2022.05.08
주사위  (0) 2022.05.08
짝이 다스로, 다스가 단수로  (0) 2022.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