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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성성적적

by Aphraates 2022. 6. 4.

) 아가야, 저기 여러 호위를 받으며 큰 차에 오르며 사람들을 향해 손 흔드는 분이 누구이신지 알겠느냐.

) 할아버지, 텔레비전인가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는데요. 세계적인 부자라고 하는 그 할아버지이신가요, 할아버지는 아세요.

) 그렇지. 우리 아가가 본 적도 없을 테니 알지 못할 것이고, 굳이 알려고 할 것도 없을 것이다. 저분이 바로 하루라도 안 보거나 안 들으며 눈과 귀가 어두워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 할아버지이시란다. 우리 아가 친구들도 별 관심이 없겠지만 내일 학교에 가면 우리나라에 오셨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봤다고 자랑하거라.

) 할아버지, 맞습니다. 낯이 익다고 했더니 그 할아버지 대통령이시군요,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뭐 하시는 분이세요.

) 아가야,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기도 어려울 텐데 머리 아프게 그런 거 알려고 할 거 없다. 나중에 더 크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니 어서 집으로 가자.

 

) 할아버지, 미국 대통령궁 백악관에 가 바이든 할아버지 대통령을 기쁘게 해드리고 대환영을 받았다는 저 형들이 누군지 아시겠어요. 저 형들 모르면 간첩이라고 하던데요.

) 그렇구나, 참 곱상하게 생기기도 했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구나. 동양인인 것 같은데 어떤 청년들인지 잘 모르겠구나. 우리 아가는 잘 알고 있을 테니 이 할아버지한테 자세히 설명 좀 해보거라.

) 잘 모르실 거예요. 이미자 할머니의 동백 아가씨와 아버지께서 태어나시기도 전에 돌아가셨다는 어느 가수가 불렀다는 하얀 나비를 곧잘 들으시는 할아버지께서 저 형들을 모르실 거예요.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서 펄쩍펄쩍 뛰며 요란스럽게 노래 부르는 것이 잘 맞지도 않으실 거고요. 할아버지 저 형들이 우리나라 수출 순위 1, 2위인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대한민국의 효자 노릇을 한다는 비티에스 형들이에요. 코로나가 종식되어 코로나 때문에 지친 대한민국을 위하여 위문 국내 공연도 한다는데 몇백만은 갈 거 같은 입장권 두 장만 사 주시면 안 되겠어요. 여자친구하고 공연 관람하게요.

), 그렇구나. 저 청년들이 그 유명한 BTS 그룹이구나. 아주 자랑스러운 보배들이다. 군대 문제를 놓고 찬반 여론이 반반이라는데 다들 만족하도록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표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사 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또 앞으로는 우리 손자가 창피하지 않도록 모자 눌러쓰고 뒷걸음치며 노래하는 박피한 마이클 잭슨만 알 게 아니라 인기 폭발인 다른 외국 가수들도 공부 많이 할 테니 뭐라고 하지 말거라. 사랑하는 우리 손자야.

 

할아버지와 손자 간의 사랑이라는 것을 빼면 통할 것이 없는 팔순 노인과 할아버지는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스마트폰을 떡 주무르듯이 하며 신상만 나오면 바꿔 달라고 보채는 유치원생 증손자가 나누는 가족 대화다.

북극과 남극이 있고, 그 한 가운데에 적도가 있고, 사이사이에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이 있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지구(地球)처럼 그 안에 사는 인간(人間)도 그래야 할 텐데 둘 다 신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둘이니 서로 공존하여 건강하게 지켜내야 할 텐데 장애물과 난제들이 만만치 않아 더 큰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개인주의를 연습하는 전체주의 할아버지이고, 전체주의를 회고하는 개인주의자 손자의 모습인데 그런대로 맞춰나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마이클 잭슨 같은 연예인은 누구인지 알아보고 열광하지만 대통령 이름도 모르는 것이 최대 선진 강국인 미국이라고 한다.

무지몽매한 개돼지들은 떠들지 말고 말 잘 들으며 주는 밥이나 잘 먹으라 윽박지르는 그림이 아니고 내일 내가 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방해받지 않고 살면 그게 성숙한 민주주의이고 부국이라고 설득하는 그림이다.

 

뭐가 그리도 심사가 뒤틀렸는가.

무슨 청개구리 심보도 아니고 상큼한 하루를 열면서 그게 뭔가.

점심에 한적하고 공기 좋은 푸르른 동네 금산으로 가는 길목의 산내로 가 진짜배기 쇠고기에 쐬주 한잔할 생각 하면 절로 미소가 띠어지는 문화동 사람들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너그러워져야 정산인데 날이 온전히 밝기도 전에 어두워지는 밤을 느낀다는 것은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인 배신과 변절의 자화상이 아닐 수가 없다.

 

그래도 조용히 살펴볼 것은 살펴봐야 한다.

잘못이 있으면 고쳐나가고, 잘 되는 것이 있으면 더 잘 되게 해야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책무가 막강하기 때문이다.

 

국가 대사 하나가 또 마무리됐다.

나라의 큰일이라면 대만원에 대소란이어야 어울릴 텐데 의외로 조용하다.

지난 3월에도 그러더니 또 그렇다.

쥐 죽은 듯 조용하다.

그렇다고 차분한 분위기라고 하기에는 앞뒤가 안 맞는다.

 

침묵의 소리인가.

선거 개표가 끝난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도 열기가 없다.

선거 당일이나 개표하는 날도 그랬다.

거참 괴이하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든다든가,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는 말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어느 집에서는 희희낙락하고, 어느 집에서는 대성통곡해야 하는 데 그 어떤 웃음소리도 울음소리도 안 들린다.

테스가 세상을 구원하겠다며 일어나 세상이 왜 이러냐고 노래하다가는 어디서 이런 O 뼈다귀 같은 게 나타났느냐며 너는 뭐냐는 호통으로 시작하여 뼈도 못 추리게 결딴날 거 같다.

그리스 소크라테스 형이나 가황 테스 형이나 향촌 테스 형이나 형 노릇하여지려면 잠자코 있어야지 괜히 나섰다가는 모난 돌 정 맞을 거 같다.

 

영문을 모르겠다.

 

이긴 자기들끼리 문 걸어 놓고 시시덕거리며 고기 구워 먹나.

진 자기들끼리 골방에 숨어 울분을 토하며 소주를 마시나.

 

강행군의 노독이 덜 풀려 다음 전쟁을 위하여 몸을 만드나.

더 이상 움직일 힘도 없어 털썩 주저앉아 보약 보양을 하나.

 

이상하다.

방방 떠야 할 sns도 별다른 반향이 없다.

언제 선거가 있었느냐 하는 식이다.

당사자들이 아닌 사람들도 조용하다.

무관심한 관중들이 뭘 못 봐서 그러나.

성숙한 시민 정신을 발휘하여 승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위로하며 민주주의 발전에 동참하려고 그러나.

 

왜 그런지 음침하고 불안하다.

뭔가가 밀려오는 것 같은 불길함이 있다.

 

소탐대실하지 말고 역동적이고 진취적이었으면 좋겠다.

미지근하지 않고 화끈했으면 좋겠다.

기왕 터질 거라면 용암처럼 지하에서 꿈틀거리며 어디로 튈 것인지 간 보지 말고 화산처럼 어디론지 펑 터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왕 그리 조용할 거라면 막연하게 적적할 것이 아니라 성성적적(惺惺寂寂)으로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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