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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골목길 돌고 돌아

by Aphraates 2022. 6. 4.

문화동 부부 모임이 남대전 산내(山內)에서 있었다.

삼천포를 오갈 때 요금소에 들어가기 전에 점심을 하려고 가끔 들리던 곳이어서 추천을 했다.

모임 때만 되면 특히, 남자들만이 아니고 부부 동반으로 모일 때는 총무 겸 회장님인 최() 후배가 장소를 선정하는데 애를 먹어 추천을 했더니 사전 답사 후에 그대로 결정이 되었다.

향촌 댁은 교통편이 어떠냐고 물어서 바로 후문 앞에서 000을 타면 바로 그 식당 건물 앞에서 내리니 알아서 갈 거라고 했다.

 

11시가 좀 안 돼서 집을 나섰다.

원래는 더 일찍 가서 산내 일원을 돌아볼 생각이었으나 아침나절 일이 마무리가 안 돼 그 시간에 나섰다.

40분 정도면 충분할 거라는 계산이었다.

승용차를 그보다 더 빠르게 갈 수 있는데 버스로 가도 크게 교통체증이 안 되는 주말인지라 약속 시간에 늦을 거 같지는 않았다.

 

허나 그게 오산이었다.

정류장이 자주 있고 버스가 느렸지만 둔산에서 은행동을 거쳐 대전역까지 갈 때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거기서부터가 문제였다.

이동 사거리를 지나 언제 이전했는지 모르는 동부 경찰서를 지날 때부터는 심각했다.

판암동과 가오동 신흥 주택 지역을 통과하는데 조금 가다가 보면 정류장이 있어 서는가 하면 몇 개의 아파트 단지 골목골목을 거쳐 가는 데다가 서행 운전이어서 마냥 늘어졌다.

왜 이렇게 늘어지는지 짜증도 나고 해서 시계를 보니 정오였다.

곳곳을 누벼도 거기에서부터 목표지점까지 거리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아 바로 가리니 했지만 하세월이었다.

버스 안 증명사진과 함께 좀 늦겠다며 먼저 시작하시라 이르고는 기왕 늦은 거 맘 편하게 가자고 하였지만 어디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게 빙글빙글이었다.

내려서 택시를 탈까 하고 밖을 보니 변두리라서 그런지 보이질 않았다.

그렇게 무난한 듯 험난한 듯한 길을 돌고돌아 식당에 가니 1230분이었다.

승용차라면 16km40분 거리를 버스로는 빙 돌아 90분이 걸려 배 이상이 소요된 것이다.

떠 착각한 것이 있다.

버스 기사가 뭐 기분 나쁜 일이 있어 생면부지의 미당 선생네를 골탕먹이려고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믿거나 말거나 한 시절 태기가 되어 교통지도로 검색을 해 봤더니 향촌에서 그 건물까지 버스 공시 운행 소요 시간이 1시간 25분 즉 85분이었다.

머리가 좀 돌아가고 조금 신경 써 그를 확인했으면 5분 늦은 것을 50분 늦은 것으로 곡해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도 코로나 전만 못했다.

고기고, 분위기고, 서빙이고 수준이 낮아진 듯 했다.

그렇다고 본인이 추천해 놓고 뭐라 할 수는 없는지라 주인이 바뀌었나 주방장이 바뀌었나 전과는 다르다고 하였더니 회원님들께서도 그렇게 느끼셨는지 썩 맘에 들진 않는다고들 하셨다.

 

그래도 만남과 대화 자체가 좋았다.

골목길을 빙빙 돌고 도는 버스를 사전 인지하지 못하고, 여전히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믿었던 식당에 좀 서운했지만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내고 후일을 약속했다.

못 먹어서 굳어진 회비도 짭짤하단다.

그를 써서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고, 모자라면 노익장 부부의 강건함을 위하여 더 투자하자는데 의견일치를 봤다.

미당 선생을 포함하여 약속 이행이 제대로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인 분들이 계셨으나 여름날에는 논산 탑정호로, 가을이나 초겨울에는 이웃 섬나라로 행차하자고 언약식으로 가조인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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