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저 사람 보이시지요.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역력하지요.
얼마나 늠름하고 대견스러운가요.
누군데 그러시냐고 물으면 저도 몰라요.
제가 파악하기로는 아르바이트생입니다.
책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떤 때는 온종일 몇 번 안 일어나고 꼬박 앉아있지만 어떤 때는 뭐에 불붙은 것처럼 일어났다 앉았다 한다.
인내심과 자발 없음을 이야기할 것은 아니다.
기복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누구한테도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앉아있을 때도 있고 서 있을 때도 있는 것이라고 편안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앉을 것인가 설 것인가 결정하기가 맘에 안 내키고 좀 걸쩍지근하면 그럴듯한 명분으로 핑계를 대면 그뿐이다.
너무 스트레스받으면 역효과라는 것을 핑계 삼아 일어났다.
탁자에 가지런하게 놔둔 사과, 참외, 바나나를 한 점씩 먹은 후에 견과류가 들어가 있는 달짝지근한 초콜릿을 하나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차량 2대가 정차한 상태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리모델링하는 OOO호 창호 작업을 하는지 창문틀을 올리고 있었다.
승강기 안에는 근 3주간에 걸쳐서 리모델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고, 연시 드르륵드르륵하거나 뚝딱거리는 소리가 성가시지만 리모델링하는 주인이나 일을 맡아 하는 작업자를 생각하면 싫다고 짜증부리며 쐐기 머리 흔들 듯이 할 것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 작업할지는 감이 잡혔으나 직접 보고 싶어서 슬슬 내려갔다.
여차하면 줄을 잡아주려고도 했으나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
일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잠시 멈춘 사이에 청년한테 어느 회사에서 맡아 하는 작업이냐고 물었다.
청년은 쑥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잘 모르겠다며 알바생으로 나왔다 했다.
근래 보기 드문 청년이었다.
일에 방해가 안 된다면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러냐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라떼를 소환했다.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 있을 때 형과 함께 다른 동네 냇가 제방 쌓는 일에 나가기도 했고, 서울에 가서는 사촌 형을 따라가 신림동에서 벽돌 나르는 등짐 일을 몇 달 한 적이 있다면서 몸으로 때우는 일은 우선 잘 먹고 머리가 즐거울 필요가 있다고 하였더니 알겠다는 듯이 꾸뻑 인사를 했다.
다시 작업이 시작되어 수고하라는 말을 남기고 올라왔다.
음료수라도 갖다줄까 했지만 일하는 데 방해가 되고 부담스러워할 거 같아 맘으로 응원하는 것으로 갈음하였다.
빈말로 아니다.
어른 행세를 하며 젊은이 가식적으로 용기를 북돋아 주려는 것도 아니다.
미당 선생의 청춘이 그리 시작됐다.
요즈음으로 치면 취로 사업이나 공공근로다.
뭐든 가리지 않고 막 일에 나선 적이 있고, 취직하지 못하고 미장 일을 하시는 사촌 형을 따라 막노동판 노동을 한 적도 있다.
물론 미당 선생만이 아니다.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 정신으로 나라를 일으킨 세대들이 다 그랬다.
상급학교에 진학을 못 하고 시골에 남아 일을 하는 사람들도 그랬고, 배고픈 배를 찬물로 채우고 공장과 상점에서 군말 없이 일하는 사람들도 그랬고, 주경야독한다는 고학생들도 그랬다.
아니다.
그들은 또한 그 전 세대들은 잠시 막노동해야 했던 사람들보다도 몇 배 더 열악한 환경과 처우를 극복해낸 인간승리의 쾌거를 일궈낸 배달의 자손들이었다.
그런 얘기는 왜 또......,
독립운동이나 라떼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말을 귀담아들어야 하고,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존재하는 현실을 반성하고, 옆 친구가 신형 고가 스마트폰 샀다며 자랑하면 나도 돈 벌어 저거 사야겠다는 오기를 부려야 하는 것이지 집어내 버려도 누가 안 주어갈 케케묵은 폴더폰을 들고 이것으로도 불편 없이 잘 쓰고 있다며 공갈 도사 행세나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 사진 속의 사람, 알바생이란다.
그런 정신이라면 앞으로 크게 되고 잘 될 청년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알바생 개중에는 밀린 술값을 갚으려고 억지로 노동판에 나와 뺀들거리고 끌쩍거리다가 사고를 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비정상적인 사람은 아주 극소소위이고 그마저도 오래 못 갈 것이라는 생각하면 매우 희망적이다.
누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여건이 그렇지 않으냐며 반발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험한 일을 하느니 차라리 안 먹고 안 쓰고 말겠다고 하는 사람은 평생 백수 직업을 면치 못할 것이다.
손가락에 뭘 하느니 손가락을 어찌하니 하는 장담을 하지 않더라도 누구라도 맞는 말이라 호응하고 그리 나가자고 의기투합할 수 있는 진리의 말씀이라 강조하고 싶다.
알바생, 멋져버려요.
시간 되면 나하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할까요.
친구들을 동행해도 좋고요,
요즈음 삼소(三燒)형제네가 다른 것들과 함께 가격 고공행진을 하여 그렇게 가볍게 말할 걔들이 아니지만 아무리 비쌀지라도 다음에 덜 먹으면 되는 것이니 부담갖지 말고 부딪혀 봅시다.
오케이 바리!!!
어제도 객지에 나가 있는 70 노땅 칠갑산 몇몇 아그들과 정겹게 통화했다.
일손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뭐든 일하는 친구들이 대세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그만 일손을 놓고 나를 생각하고 나한테 투자하자고 하는 데 일정 동의하면서도 다른 생각도 해본다.
이 나이에 무슨 일이냐고 안 좋게 여길 것이 아니다.
자신과 가정과 사회와 국가에 주어진 역할을 다 해도 남는 것이 우리 세대들인데 하품하며 먼 산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뭐든 하는 거 그것이 곧 건강을 지키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니 그 길로 나가자 하고 싶다.
알바생과 재취업자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게 현위치이자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밝고 즐겁게 살자는 그저 평범한 이야기다.
지금 동동거린다고 대통령이 되거나 재벌 회장이 될 것도 아닌 것을 자신을 알고 인정하면서 그에 합당하게 살면 대통령님께서도 훈장 수여를 하신다고 하실 것이고, 재벌 회장님께도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해드리겠다고 나서는 높이를 알 수 없는 높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오늘은 20여 년 전 함께 갈마동 성당 사목회 봉사를 하던 형제님들과의 만남이 있다.
아직은 좀 다스려야 할 것 같은 속이지만 그리 크게 무리하지 않는 것이라며 생각날 때 바로 하는 이득과 즐거움도 있는 것이니 미룰 일은 아니다.
리모델링하고 재개통하는 심정으로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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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