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계 배터리를 사려고 동네 D에 갔다.
늘 그렇듯이 역시 젊은 사람들로 만원사례다.
슈퍼라고 하는 동네 구멍가게와 현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5일 장의 후예 재래시장은 장사가 안 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곳곳에 들어서 있는 편의점과 커피숍은 사뭇 다르다.
오가는 손님들이 상당하다.
다른 것 볼 거 없이 4개 들이 AA 배터리를 들고 계산대 쪽을 향했다.
자율 계산대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 있고 자율 계산대 앞에서 제복 차림의 여종업원이 뭔가를 안내해주는지 설명을 하고 있었다.
편리한 사람은 편리하겠지만 미당 선생 과는 아닌 자율 계산대라서 그를 지나쳐 수작업 계산대에 배터리를 올려놓고 안내하는 종업원 쪽을 향해 “여기요” 하고 계산해달라고 불렀다.
종업원이 “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하고 대답을 했다.
카드를 내밀었더니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다음부터는 줄을 서주세요” 하고 상냥하게 말했다.
순간 얼굴이 화끈했다.
유인 계산대에 손님이 없어 올타구니 여기는 자율 계산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 이용하는구나 하고 잽싸게 온 것인데 결국은 새치기를 한 꼴이 됐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떠오르고, 작은 것을 하나 하더라도 그렇게 무심결에 할 것이 아니라 주변을 살펴보고 해야지 덜렁거리면서 뭐가 그리 당당하다고 종업원을 호출한 것인지 창피하기도 했다.
대기자들이 선 줄을 지나 유유히 계산대로 가는 것을 보는 눈들도 곱진 않았을 것이다.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웬 주책일까.
계산 방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지만 급하면 새치기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무시했을까.
새치기하는 것을 유심히 들여다보거나 크게 못 마땅하게 생각한 것은 아닐 것 같은데 도둑질 하다 들키거나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어색하게 된 것은 사실이었다.
새치기라는 것을 모른 게 질서를 어긴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큰 실수를 하여 벌을 받을 정도라고 할 수도 없다.
실수한 당사자는 반성하여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고, 목격자들이나 관계자들은 이해하여 모르면 그럴 수도 있지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자고 응원해주면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아름다운 그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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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사회복지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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