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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집채만 하다

by Aphraates 2024. 4. 19.

오늘은 좀 일찍 올라왔다.

땡땡이는 아니다.

오전 근무만 하고 오후는 대체 휴무를 사용했다.

여름휴가도 못 갔으니 하루 정도 시간을 내도되겠지만 현지 사정이 그렇질 못하다.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명감이 투철하다든가, 무슨 일이 벌어질까봐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던가 하는 차원도 아니다.

예전부터 조직생활 습관이 그리 돼서 쉽게 자리를 뜰 수가 없다.

그래도 꼭 필요할 때는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내지만 거의 없는 편이다.

대신 외출을 하거나 조퇴를 하는 식으로 휴일 근무한 것에 대해서 반차(半次) 대체 휴무를 쓴다.

 

오늘은 반차를 낼 사정이 몇 가지가 있다.

 

저녁에는 문화동 학교 동문회가 있다.

해마다 반은 참석하고 반은 불참하는 수준이다.

고등학교 동문회는 사정이 있어 참석을 못 해도 부담이 좀 덜 하다.

대학과 대학원 참석 못하면 영 미안하다.

미당학교 대전 동창회는 불참하는 경우다 더 많다.

참석하는 친구가 몇 명 안 되지만 멀리 나가 있는 것을 이해해주는 편이니 짤릴 걱정은 없다.

오늘은 점심 때 가까운 산으로 등산을 간다고 했는데 잘 다녀오라고 인사도 못 했다.

 

시청 앞 M에서 하는 문화동 학교 동문회는 퇴근 후라서 참석하기로 했다.

내일은 또 다른 동문모임인 문화동 사람들에서 단양으로 봄 소풍을 간다.

전에처럼 해외로 나가기는 어려우니 대신 국내라도 자주 돌아보자는 공감대가 이루어져 여행지 몇 군데를 공모한 끝에 단양으로 가기로 했다.

단양 장날이면 더 좋은데 아니란다.

단양 소품은 여행사를 통해서 가니 번거로울 게 없다.

작은 가방을 한 메거나 빈손으로 가도 좋다.

 

오늘과 내일 모임은 그렇고.

 

오늘 좀 일찍 올라온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지지난주에 집 근처의 H에 들려 주문해 놓고 수령하기를 몇 차례 연기하던 김치 냉장고를 받기 위해서다.

전화로 사전 조율하여 가장 늦은 배송 타임인 15시에 받기로 약속했다.

 

시간이 돼서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았다.

커다란 배송 차가 와서 김치 냉장고를 내리고 있었다.

언뜻 봐도 엄청나게 컸다.

집채만 해 보였다.

배송 전문가들이라고 하지만 저걸 어떻게 운반할지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기우였다.

젊은이들 둘이서 집채만 한 김치냉장고를 공기돌 다루듯이 하며 금방 올라왔다.

최고 큰 것으로 주문하였더니 갖고 와서 보니 집 천장이 닿을 듯 했다.

그런데도 둘이서 손발이 척척 맞아 수월하게 설치했다.

일하는데 쳐다보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거실에 앉아있는데 다 됐다면서 사용 설명을 해주셨다.

젊은 분들이 참 대단들 하시다면서 번성하시라 축복해주었다.

냉장고의 음료수를 골고루 듬뿍 전했더니 고맙다며 잘 마시겠다고 했다.

전에 사용하던 하나는 위치를 조정해주고, 고장 난 것은 작은 수레로 끌고 가는데 시장바구니 굴리듯이 가볍게 하였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은 김치 냉장고 뒤편이 너무 지저분하면 부끄럽다면서 그를 앞으로 조금 당기기 위하여 데보라와 둘이서 진땀을 흘렸는 데 그 분들은 이런 거는 일도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갖고 나갔다.

 

누구는 집채만 한 바윗덩어리도 공깃돌 다루듯이 한다.

누구는 공기 돌만한 돌멩이도 바윗덩어리처럼 무거워한다.

그러나 누가 우등하고 누가 열등하다고 할 것은 아니다.

누구라도 자기 할 몫이 있다.

그를 인정하고 열심히 하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다보면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임금은 임금이고, 백성은 백성으로서 소중하기로 치자면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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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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