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시험인가를 치렀다.
자신만만하고 느긋하게 시험장에 입실하여 사방을 둘러보았다.
젊은 수험생들이 하나라도 더 보려고 노트와 책을 들썩이는데 심각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급하면 평소에 더 좀 하지 시험 시작 시간 다 돼가는 때까지 열공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다가는 아는 것도 까먹을 수 있다는 무언의 시험 규칙과 경험담을 얘기해주고 싶었으나 시험 시간 몇 십 분을 앞둔 이 사람도 초조하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험지가 배부됐다.
오지 선다형의 객관식이었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었다.
정년퇴임 후에 관리와 기술 경험을 바탕으로 아파트 관리소장을 해보겠다고 책 한 번 훑어보고 시험 보러 갔다가 O망신 당하고 다시는 범접을 하지 않은 온 주택관리사 시험은 저리 가라였다.
웬만큼 시험 준비를 했다는 사람도 뭐 이런 문제가 있나 싶을 정도로 고난도의 문제들이었다.
지문은 왜 그렇게 길은 지 좌우로 갈라놓은 A4용지 한 면에 한두 문제가 있을 정도로 설명이 길었다.
답이 바로 안 나왔다.
눈깜땜감으로도 불가능했다.
뭘 요구하는 문제인지 감도 안 잡히는데다가 자신감과 확률성은 낮지만 최후의 보루이자 비장의 무기인 행운 팔이 연필 굴리기로 찍을 형편도 아니었다.
아는 문제는 몇 안 되고 모르는 문제 투성이었다.
안절부절 못 했다.
처음 시작하는 문제가 어려우니 뒤 문제는 좀 괜찮으려나 하고 맨 뒷장부터 풀어보려고 시험 문제집을 넘겼으나 거기는 더 감이 안 잡히는 문제들이었다.
이대로 간다며 100% 불합격이었다.
체면과 체통과 염치 불구하고 조용해야 할 시험장에 신음소리가 나왔다.
다른 애들은 어떤가 하고 곁눈질을 해보니 당황스러워하는 표정 없이 열심히들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몸이 뒤틀리고 땀이 나는 것이 못해먹겠다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몸부림치다가 뭔가 덜거덕거리는 소리에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났다.
평소 일어나는 시간인 4시경인데 이 무슨 악몽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악몽의 이유와 원인이 뭘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강행군한 금요일과 토요일 일정의 파급 영향과 일요일과 월요일에 이어질 강행군 일정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강행군하는 중에는 반갑지 않고 무리한 행군도 좀 섞여 있다.
엿새 날까지 일하고 하루는 당신의 날로 남겨두라는 말씀에 충실하지 못하다보니 암암리에 경고장이 날아온 형국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좋든 안 좋은 다 나의 몫이고, 깔끔하게 마무리해야만 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인지 성패 불문하고 최선을 다 하는 수밖에 없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거창하게 나올 것은 아니나 매사가 그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허물어지는 것이니 가벼이 여길 것은 아니다.
눈깜때깜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문제다.
그렇다고 낙심과 중도하차는 금물이다.
나는 포기했으니 네들이나 잘 보고 합격해라 하고 고성방가하며 시험장을 뛰쳐나오면 불량 수험생으로 낙인찍혀 다시는 시험장에 들어설 수도 없을 것이다.
고분고분해야 한다.
오늘은 어려운 문제인데 다음은 주어진 시간 반 만에도 거뜬히 풀어낼 수 있는 쉬운 문제도 나올 것이다.
기상이변으로 삼한사온이 사라진다고 하지만 그 잔재는 남아있고, 언젠가는 원상회복이 되어 그에 길들여진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날도 분명 있으리니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천우신조(天佑神助)도 단순한 가르침이 아니라 모든 인생만사와 천태만상에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심오한 진리이니 자신을 다스리는 여유를 갖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안 지키면 볼 것도 없고, 두 말 할 것도 없이 그대로 추락이라는 것을 명심에 명심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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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