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하철에서.
이거는 부조화다.
치과 진료가 끝난 다음에 성심당에 가려고 정부 청사 역으로 걸어가 지하철을 탔다.
연휴의 영향인지 시간대가 그런지 몰라도 승객이 많았다.
경노 석에 자리가 하나 있어 데보라를 앉히고 서서 깜깜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청역에서 제법 많은 승객이 내리고 올랐다.
어쩌다가 힐끗 뒤를 보니 경로석 두 자리가 비어 있고 한자리에는 모자를 눌러쓴 노인이 지팡이를 들고 앉아 있었다.
차가 막 출발하자 누군가가 발 뒷금치를 건드리는 것 같아 돌아보니 뒤편의 그 노인이 지팡이로 신호를 보내며 빈자리에 앉으라는 몸짓을 취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괜찮다며 고개를 돌리는데 그렇게 상 노인네도 아니었다.
아는 척 하지 말고 자기나 앉아서 갈 것이지 왜 나까지 끌어들여 입장 난처하게 만드는 것인지 기분이 언짢았지만 호의를 악의로 생각할 것은 아니어서 선 채로 있었다.
그런데 희한한 장면이 연출됐다.
그 노인 앞으로 서로 모르는 듯한 애어매인지 아가씨인지 가늠이 안 되는 여자 둘이 서서 스마트폰을 두드리는데 노인네 코앞에서 그러는 것이어서 지팡이나 흔들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출입문 쪽의 여자는 체격이 좀 작은 편인데 통통한데다가 젖가슴을 훤히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젖가슴 양쪽 가운데 푹 패인 살이 보일 정도였고, 통로 쪽의 여자는 아래 위 두터운 겨울 옷차림인데 배꼽이 다 드러나 보이는 옷차림이었다.
노인과 통통한 여자와 배꼽이 드러난 여자와 참 안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눈요기보다는 웃음이 나왔지만 중앙로역에서 내릴 때까지 아무런 불상사가 없어서 오늘은 운수 좋은 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성심당에서.
이거는 만원사례도 이만저만한 만원사례가 아니다.
팔아도 팔아도 살려고 하는 손님이 몰려와 모자란다고 하는 그 유명한 성심당의 딸기 시루 케이크와 망고 시루 케이크를 사려고 지하상가를 통해 성심당으로 올라갔다.
세상에 이럴 수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케이크를 사려는 손님 대기 줄이 성심당 앞 양 측 건물 지하 차고까지 두 줄로 이어져 있는데 서 있는 사람만 해고 수백 명이었다.
케이크를 사 갖고 나오는 사람과 속속 도착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얼만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는 것인지 가늠이 안됐다.
지나치는 행객들은 그 줄을 보고 기가 막힌다는 듯이 웃었다.
줄 서 있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거나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했는데 그 표현이 재밌었다.
지상에서 지하로 다시 지하에서 지상으로 오르락거리며 줄을 서 있는데 언제 우리 차례가 올지 모르겠다고 전화하는 사람, 저도 거기 서 있으면서 이거 미친 거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 아까에 비하면 이거는 양반이라며 누가 다 사 가는지 모르겠다고 한숨 쉬는 사람, 기다리는 줄 정리하는 안내원만도 몇 명인데 하루 매상이 얼마가 될지 상상이 안 된다며 부러워하는 사람, 대전 사람들보다도 외지 사람들이 더 많다며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좋은 빵을 만드는 성심당이 그 정도 이상이 되지 않느냐며 지루하지 않게 기다리는 사람......, 진풍경이었다.
우리도 가까스로 케이크를 사 들고 나왔다.
2시간 이상을 기다린 보람이 있어서 그런지 타는 택시 발길이 가벼웠다.
3. 소맥폭탄 투척 장에서.
이거는 고역이자 낙이다.
치과 주치의 선생님께 임플란트 시술한지 한 나흘 됐으니 한 잔 하면 안 되겠습니까 하고 물었다가 가벼운 미소로 정중하게 거절당했다.
보통 2주 이상은 조심을 해야 하는데 지금 체력이 약해진 상태이니 4주 정도는 몸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권고를 들어 혹 떼려다가 혹붙인 격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소맥 폭탄 작전하기는 좋은 날이다.
시술중인 미당 선생한테는 앙꼬 없는 찐빵이지만 다른 대원들은 사정이 다르니 소맥 폭탄 작전하는데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되기에 분위기 안 깨려고 노력을 했다.
안주라도 축내려고 하였지만 그나마도 잘 안 돼 사이다 한 병과 맹물 세 컵으로 몸보신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어진 소맥폭탄 작전 평가회는 전과 다름없었다.
대원들 각자 이야기를 나누다가 낸 결론은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팔자소관이니 그에 맡기고 건강하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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