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본에 사는 문단의 K 작가 이야기다.
20여 년 전이니 오래 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녀는 항상 짙은 향수 냄새를 풍기고 다녔다.
산들 산들 부는 봄바람에 실려 은근하게 풍기는 가벼운 자연향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누가 맡아도 짙은 냄새를 내는 묵직한 인공향이라면 반갑지 않다.
짙은 향으로 인하여 코와 목이 고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머리까지 지근거려 실내라면 문을 활짝 열어야 하고, 실외라면 얼른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피해야지 안 그러면 견디기 어렵다.
시 낭송회가 있던 어느 날 회식을 하다가 짙은 향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은근히 디스 하였더니 별다른 내색 없이 문단에 나오려고 일부러 향을 써서 몸단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늘 그러고 다닌다며 본인은 향이 짙다는 것을 못 느낀다는 식이었다.
내 코가 잘못됐다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다른 여류 작가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 집은 아파트 안에서 개를 키우기 때문에 냄새를 커버하려고 짙은 향수와 방향제를 쓴다며 웃었다.
그러면 그렇지.
내 코가 예민한 개 코도 아니고 평범한 코인데 남달리 향수에 민감할 리는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리고 그 뒤로도 개 키우는 집 사람을 만나면 이상한 냄새가 풍기던가 짙은 향수 냄새가 풍겨 애완견을 키우는 집에서는 그런 애로 사항이 있구나 하고 이해하게 됐다.
하지만 애완견을 비롯한 반려 동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동물 애호가들은 동물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람도 사랑할 줄 모르는 것이라며 인간과 동물을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당은 찬성도 반대를 유보하면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생명이 소중한 것은 말할 나위 없지만 인간과 동물을 같은 선상으로 놓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우리 집 라인에 사는 주민은 크기가 송아지만 하고, 언뜻 봐도 지저분하고, 언제 으르렁거리며 대들지 모를 커다란 개를 키우며 가끔 그 개와 함께 승강기를 타고 내리거나 오른다.
아주 질색이다.
몸을 움츠리며 옆으로 피하며 개를 예의주시한다.
주택도 아닌 아파트에서 그렇게 큰 개를 키워도 문제가 없느냐며 은근히 불만을 표시하지만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지만 묵묵부답이다.
어쩌다가 그런 개와 함께 다니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지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여간 순한 개가 아니에요” 라고 변명한다.
화가 치밀어 “그거는 개와 개 주인 이야기이고 남들이 볼 때는 한 번 물으면 놓지 않는 표독스러운 진돗개나 썰매를 끄는 시베리아 그 개나 다를 바가 없다”라고 쏴붙인다.
반려건과 산보 나온 주인과 그 옆은 지나는 행객과의 관계도 그와 다르지 않은 실랑이를 벌인 것을 가끔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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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