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슬까지는 아니어도 밤바람은 쑀다.
다음 주 월요일 병원진료를 위하여 채혈하느라 아침을 걸러서 그런지 배가 고팠다.
미당 본가와 선영을 다녀오면서 유성에서 개성만두로 점심을 먹었다.
넓지 않은 주차장은 물론이고 인도까지 차가 꽉 차 있는 것이 손님이 많은 것 같았다.
주말 점심시간대에는 대개 주정차 단속을 안 하는데 도로변에 왜 차가 한 대도 없는지 이상했지만 용감무쌍하게 자연스럽게 길가에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식당 문에 이곳은 상시 주차단속을 하니 도로변에 주차를 하지 말고 주차장에 이중주차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런 날 설마 주차단속을 할까, 도로고 주차장이고 사람들 편리하라고 있는 것인데 한가할 때는 도로 변에 주차좀 하는 게 무슨 큰 죄인가 하는 생각에 그냥 들어가려다가 멈칫했다.
현지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식당 측에서 붙인 안내문인데 심심풀이로 붙인 것은 아니잖은가, 불법 주정차에 대해서 다들 그렇게 너그러우면 질서 유지가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차로 발길을 돌렸다.
다른 주차장이나 뒷길이 있나 찾아보려고 전진하다보니 바로 옆에 소방서 119안전센터가 있고 널따란 주차장이 훵하니 비어 있었다.
조금도 망설임이 없이 당당하게 주차장으로 들어가 주차를 하였다.
여기는 식당 손님이 이용하는 주차장이 아니니 다른 데로 가라고 하면 대전 시민으로서 공공 주차장을 얼마든지 이용할 권리가 있고, 불안전한 위험지대에 주차하는 것보다 안전 센터에 주차하는 것이 훨씬 좋지않겠느냐고 항의를 하고 그대로 주차를 해 둘 심산이었다.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누리려는 계산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차를 빼라는 문자나 왜 여기에다 차를 댔느냐고 눈을 부라리며 기다리는 소방대원도 없어 여유만만으로 귀가를 하였다.
낮잠을 한 잠 때리고 일어나 남원 현장 설계변경 서류나 안전지도사 면접시험 자료를 들여다볼까 하려는데 스테파노 아우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금은 주주가 아니지만 푸란치스코 아우님과 함께 오랜만에 얼굴도 좀 볼겸 해서 주주총회를 하자는 것이었다.
콜이었다.
오랜만이니 당연한 것이었다.
청춘들이 즐겨 찾는 먹자골목 식당으로 가 간단한 삼겹살 메뉴이지만 즐겁고 푸짐하게 건배를 하였다.
전보다야 많이 줄었지만 뭐해도 준치라고 실력발휘를 제대로 했다.
2차와 3차는 향촌 113동의 아오스딩 아우님까지 합세하여 오붓하면서도 활력 있는 시간을 가졌다.
바로 아파트 정문 앞이니 함께 걸어 들어와 기회가 되면 종종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는 헤어졌다.
눈을 떠 보니 6시였다.
속은 괜찮은데 머리가 무거웠다.
다시 누우면서 성당은 이따 저녁 미사에 가자고 했다.
데보라가 근래 들어 그렇게 취한 것은 처음 봤다면서 어젯밤 11시 넘어 들어왔는데 문은 잘 열더라며 웃었다.
2차로 간 닭발집의 안주가 어찌나 맵던지 소주 한 잔에 닭발 한 점과 물 한 컵이었다며 요즘 애들 다른 것은 약해빠졌는데 매운 것은 왜 그렇게 잘 다루는지 신기하다며 함께 웃었다.
거기에다가 옆 테이블에 앉아 닭발에 소주를 여러 병 마시며 요란하게 떠들고 웃던 애 어매인지 아가씨인지 모를 두 여자는 그 와중에도 담배를 피우러 들랑거리는데 우리가 조금만 젊었어도 합석하자고 신호를 보냈을 것이라고 하였더니 그럴 능력이나 되느냐는 듯이 입을 삐쭉거렸다.
밤이슬은 이미 지나갔고, 존재감 없는 밤바람만 남았다.
그 정도만 해도 얼마나 준수하고 다행이냐고 생각하면 근심 걱정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윗옷을 벗어젖히고 밤이슬 맞으며 씩씩하게 걸어본 바를 잊을 수는 없으니 그게 근심 걱정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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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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