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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좁쌀

by Aphraates 2024. 8. 27.

사람이 잘다.

아주 좀스럽다.

그래 갖고 어디다 써 먹겠나.

 

사람이 굵다.

아주 대범하다.

어디를 가도 환영받을 것이다.

 

사람은 선이 굵고 통이 커야 한다.

소인이 아니라 대인이야 한다.

그렇다고 보기에 듬직한 팔척장신(八尺長身)의 거구이거나 보기에도 하찮은 조조후손(曹操後孫)의 허풍쟁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도 듬직하고 속으로도 믿음직스러워야 한다.

군자의 풍채와 대장부의 기질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선천적이라면 금상첨화다.

그게 아니라면 후천적으로라도 갈고 닦아야 한다.

 

, 오랜만이다.

잘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나이가 들어도 좁씰스러운 것은 여전하구나.

바탕이 그런 걸 변할 수가 있겠느냐.

참 잘기도 하다.

그러지 말고 좀 크게 놀아라.

체구는 인왕산 호랑이만 해 갖고서 맘 쓰는 것이나 움직이는 것은 어째 그리도 맹맹이 콧구멍이라냐.

 

인생살이 피곤하구나.

우리 나이가 지금 몇이냐.

이제 좀 그 틀에서 벗어날 때도 됐지 않냐.

좁쌀 좀 면해보자.

남들이 보면 웃는다.

뭐가 그게 그리 중요하다고 작은 것에 목매고 그러느냐.

뛰어봤자 벼룩이고, 날아봤자 부처님 손바닥이다.

네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세상은 돌아간다.

네가 그렇게 아는 게 많아도 세상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서당 훈장님처럼 근엄하게 있다가 뭔가 이야기가 나오자 개뼉다귀 하나 만난 것처럼 때는 요 때다 하고 안절부절 못 하는 모습을 보니 창피했다.

원래부터 그런 걸 탓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꼴보기 싫어서 이런 식으로 디스하고 쏴붙여줬다.

이해를 하면서도 화가 치밀었다.

다른 사람이 핀잔했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대들었을 것이다.

하나 나쁜 의도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서로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치고 받아봐야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을 이미 수없이 체험한지라 자리를 옮겨 다른 사람들에게 못 다한 것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팔을 붙잡고 왜 여기서까지 그러냐며 볼 일 다 봤으면 씨알도 안먹히는 헛소리 그만 하고 어여 집에나 가라 하고 싶었지만 너무 쎄게 나오면 역효과인지라 좁쌀이여 영원하라는 말로 웃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픽션이 아니다.

며칠 전 어느 모임에서 친구와 만나 있었던 실화다.

 

K, 어떠냐.

집에 가면 가정적이고 자상하다고 환영하냐 아니면, 남자가 돼서 너무 그런 것도 아니라고 홀대받냐.

태생이 그런 걸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좀 그렇다.

어떻게 변화를 좀 줘 보자.

우리는 깐부고 사내 대장부 아니더냐.

앞에서 간이라도 빼줄 듯이 헤헤거리고, 뒤로 가서는 호박씨 까는 얄팍한 사람처럼 그러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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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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