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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공짜가 미안타

by Aphraates 2024. 8. 30.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고, 외상이라면 소라도 잡아 먹는다고 했다.

속담인지 격언인지 모르지만 지금도 통하는 것 같다.

아니, 더 심해진 것 같다.

살림살이도 커진만 큼 공짜도 커진 느낌이다.

양잿물은 다른 독약에 비해 독 성분이 약해졌는지 웬만큼 마셔서는 감도 없고, 한우는 값이 하락해서 그런지 소 한 마리라고 해봐야 그리 비싸지 않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그래도 공짜 좋아하고 외상하는 버릇 못 버리는 것 같다.

공짜 좋아하면 머리 벗겨진다.

공짜 강도와 빈도를 자꾸 높이다가는 뒤끝이 안 좋고 탈이 나 그 몇 배 이상의 호된 대가를 치러진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면서도 공짜만 나타나면 눈이 휘둥그레져 내 것으로 만들려 하고, 호주머니에 돈이 있으면서도 나중에 주겠다는 핑계로 때먹을 궁리를 하는 것은 순자 성악설의 본보기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육 수강치 안양을 오가며 미안타는 생각을 다 해봤다.

실제는 공짜라고 생각하는 것이 공짜가 아니다.

그에 합당한 세금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공짜의 자유로움을 위하여 소싯적에 고난의 길을 걸어온 결과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찌 보면 오늘의 우리가 있게 만든 공로를 생각한다면 공짜에 공짜를 줘도 충분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공짜와 마주치니 미안했다.

공짜를 바라면서도 아름답게 봐줄 순 없다.

교통비 하나만 봐도 그렇다.

정부 청사에서 대전역까지 타는 첫 지하철은 대전시 교통카드로 공짜다.

시간이 되어 향촌 집 뒤에서 시내버스를 탄다면 몇 번을 환승해도 공짜다.

대전역에서 수원까지 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대폭 할인된 요금이다.

수원에서 1호선 전철을 개인카드로 한 번 찍으면 금정역에서 갈아타는 4호선과 인덕원역에서 내려 평촌동사무소 앞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연계되어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

 

배부른 소리인가.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들로서는 당연히 거쳐야 하는 단계이자 과정이다.

땀 흘려 일하는 것이 그를 위한 것이라 봐도 될 것이다.

 

오늘 마지막 강의를 하신 민() 기술사님은 자기는 부자라고 했다.

전부터 부자가 아니라 부자 된 지 얼마 안됐단다.

그러면서 어느 책을 인용하면서 돈이 많아서 부자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빚이 없는 사람이 부자라는 책 내용이었단다.

평생직장에서 일을 하고, 정년퇴직하여 감리단장을 오랫동안 했지만 해묵은 가사를 정리하다보니 마이너스 통장을 면한지가 얼마 안 돼 그 때부터 부자가 됐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부자로서 해방감을 만끽하며 자부심을 갖고 큰소리도 친단다.

물론 뭘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면서 자기만족도 느끼면서 그만큼 자유롭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셨다.

농담이면서 진담인 그 말을 들으니 향촌의 김() 기술사가 할 말을 대신해주는 것처럼 공감하는 바가 컸다.

 

공짜가 미안타.

직업 인기도 1위가 감리원(단장)이라는 조사 통계 자료도 미안타.

엄밀히 말하면 공짜는 아니지만 얹혀 사는 것 같아 그런 생각이 든다.

공짜가 미안치 않도록 뭔가는 더 해야 할 텐데 너무 나서면 그도 민폐이니 적절한 처신술이 필요할 것이다.

맹자의 성선설의 본보기가 되길 희망한다.

 

https://youtu.be/OgCI8-oGiWM?si=xJLi5S1KI-mL-3vV

강진❤공짜 2017년 신곡♡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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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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