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영세에서 대부 대모를 선다.
어제는 대부 대모 자격으로 예비자 교리에 참석했다.
대자 대녀되시는 분과 첫 인사도 나눴다.
처음 입교하는 예비자들께서는 아무래도 낯설고 어색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몀 에비 대부 대모가 천주교 교리 교육에 함께 하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하여 그러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향촌 D&A(데보라와 아프라아테스)는 여건이 더 불리하다.
현장 집과 대전 집으로 오가기 때문에 시간을 장담할 수 없는데다가 안정적이지 못 해서 그렇다.
핑계가 미안하다.
참석해야 하는데 참석하지 않고 빠지는 미안함을 덜어보기 위한 구실이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 하는 태만이 아닌가 한다.
또 있다.
대자 대녀가 대부 대모를 모시기도 힘들지만 대부 대모가 선뜻 대자 대녀를 받아들이기를 꺼리는 경행도 있다.
하느님이 맺어주시는 것이니 좋다 안 좋다 할 것은 아니나 사람인지라 맘에 쏙 들지 않으면 대부 대모와 대자 대녀의 매칭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대부 대모를 따라야 하는 대자 대녀도 부담스럽고, 대자 대녀를 잘 인도하고 리드하여 하느님의 일꾼으로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는 대부 대모도 힘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내 입맛대로만 되는 게 아니다.
어디를 봐도 맞는 구석이 없어도 조각을 맞출 수 있다.
삐뚤어지고 안 맞아 보기 흉하지만 정들이고 맛들이다보면 얼마든지 맞춰나갈 수 있는게 세상이다.
추석이다.
악화일로를 걷는 것들이 많지만 세상은 그게 다가 아니다.
나쁜 것들보다는 좋은 것들이 많다.
취사선택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좋은 것은 취(取)하고, 안 좋은 것은 사(捨)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같아라 하는 인사는 나누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누구만큼만 되지 말아달라고 하는 비난은 하지 않는다.
추석 풍경이 많이 변했다.
귀찮을 정도로 날아오던 추석인사도 종적을 감추고, 온 가족이 모여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자세로 이야기하며 오순도순 만들던 송편은 떡방앗간 기계 송편으로 대체되고, 양손에 들고 다니던 사과 봉지와 고기 보따리를 대신하던 택배마저도 활력이 없고, 덕담을 나눠야 하 사람들은 험담을 하며 귀향객을 향하여 어울리지 않는 손짓을 하고, 제사는 산소를 향한 묵념으로 대신하고 인천 공항으로 달려가고, 찾을 고향이 없는 실향민과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캥거루족들은 멍때리기 모드로 들어가고......,
이 쯤 되면 해묵은 병폐라며 그토록 척결을 외치던 허례허식이라도 되살려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증오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란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성스러운 대부대모와 대자대녀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옆으로 샜다.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만큼 얽히고설킨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가 고역이라는 의미기도 하고, 그런 것을 통하여 발전하고 성숙해 나가는 것이라는 하소연이기도 한다.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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