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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동네 김밥집이

by Aphraates 2024. 9. 17.

차례를 지내고 가족들이 두 상 앞에 앉아 오손도손 아침을 먹었다.

사십구제를 올린 큰형수님이 안 계시어 자리가 휑하고 뭔지 모르게 자리가 좁고 어설픈 것 같아 숙연해졌다.

어렸을 적부터 함께 살아오신 형수님이시고, 집안 대소사를 도맡아 하시던 형수님이 갑자기 가시었으니 그 자리가 더 커 보였다.

얼마 후부터는 집안 제사도 합동이나 종교식 등 다른 방법으로 모시자는 의견이 오갔으니 조만간에 가족들이 모여 함께 하는 기회도 팍 줄어들 것 같은데 우리 집안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이 그러니 그래선 안 된다고 반대할 수도 없었다.

 

쓸쓸해도, 익숙지 않아도 세월은 가고, 명절은 지냈다.

음식 가짓수도 줄고 푸짐한 것도 큰형수님이 하시던 지난번 과는 사뭇 줄어들고 조촐했지만 정성을 다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어쩔 수 없었다.

소고기뭇국이 시원하니 좋았다.

좀 적은 듯하여 조금 더 달라고 하였더니 서울에서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큰 여동생 네 큰조카가 국그릇이 잘름잘름할 정도로 더 퍼줬다.

속으로 조금만 더 달랬더니 한 그릇을 그대로 더 주니 어찌 다 먹으라고 그러느냐 하고 나무랐지만 손이 크고 수더분한 그 애가 김밥 장사를 잘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같이 가서 제사를 지내고, 아침을 먹고, 성묘하고, 예산 작은 형님네를 픽업해드리고 대전 집에 오니 12시도 안 됐다.

5시간 만에(12-5) 추석 명절을 다 센 것이다.

그러하고 부실한 것은 아니었으나 너무 짧았다.

준비하는 시간을 감안한다 해도 너무 간단하고 빠른 시간이었다.

전에 비하면 너무 했다 싶었다.

간소화된 최근만 해도 3일 코스는 되는 명절 기간이었다.

명절 전전날 오전에 갔다가 명절날 오전에 되돌아온다 해도 이틀 48시간은 걸리는 시간인데 5시간 만에 끝났으니 48/5=9.6으로 양보를 한다 해도 1/10로 짧아진 것이다.

 

점심도 거른 채 둘이서 시프시프하면서 한잠 누고 나니 오후 3시다.

아침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배도 안 고프고 다른 생각도 없어 에어컨이 팡팡 돌아가는 방에서 베란다를 건너 창밖을 통해 밖을 보니 오가는 사람이 가뭄 콩 나듯이 드물게 보인다.

이러고서야 어찌 명절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세태 흐름이 그런 걸 어쩌겠느냐는 생각으로 변했다.

찬물 마시고 속 차린다는 식으로 인터넷을 여니 며칠 전부터 언론 매체별로 올라오던 김밥집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요즘 김밥집 안 보인다 했더니깜짝 통계 나왔다> 라는 기사다.

그 많던 우리 동네 김밥집은 다 어디로 가고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던 앞 편의 B 김밥과 뒤편의 D 김밥만 남아있는 것이냐고 의아해하던 궁금증을 풀어주는 기사이기도 했다.

 

옛것을 고집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최신 패션을 선호하는 편도 아니다.

값이 많이 올라 간단한 요기 수준을 넘어선 김밥이라는 비난도 수긍하고, 뭐니 뭐니 해도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의 허기를 달래주는 김밥이라는 칭찬도 인정하는 입장에서 김밥이 밀리고 있다니 세상은 요지경이란 말을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호불호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지라도 아직은 햄버거나 피자보다는 김밥과 어묵인데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그들마저도 기를 펴지 못한다니 동네 김밥집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앞서 달아 달아 밝은 달아보다는 울고 싶어라다.

 

https://youtu.be/D5DhCT-Ekw4?si=Thuzxm4yaVXhpk8h

울고 싶어라(세로버젼) ♥ Live by I.Q(아이큐) 음충427회 #가수아이큐 #iqmusic #verticaliq ‪@I.QMusic‬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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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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