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환경 운동가

by Aphraates 2024. 9. 22.

저이가 왜 저러나.

그렇게도 할 일이 없나.

어떻게 알았는지 무슨 집회나 시위만 있으면 나타난다.

만사 제치고 등장하는 것을 보면 투쟁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허구한 날 저러니 도대체 뭘 먹고 사는 거야.

맨 날 저러고 다니니 집안 꼴은 뭐가 된다는 거야

 

검게 그을린 얼굴이거나 삐쩍 마른 모습으로 나타나 이마에 붉은 띠를 두르고 손을 지켜 올리며 소리친다.

때로는 심각한 표정으로, 때로는 화난 표정으로. 때로는 웃음 띤 밝은 표정으로 물러나라”, “중단하라” “보장하라”, “각성하라”, “촉구한다”, “이행하라”......, 라고 외친다.

누가 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관심을 갖는 것도 아니고,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출세의 길이 열리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닌 것 같은 데 자신과 이웃에 무슨 득이 된다고 저러는 것인지 모르겠다.

여보시오! 댁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세상은 돌아가니 그러지 말고 저기 그늘에 가서 시원한 캔 맥주라도 한 잔 하십시다. 그리고 집에 가서 발닦고 편안히 쉬십시다하고픈 생각이 굴뚝같다.

하지만 한 번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만수무강하는 길이라고 충고해본 적이 없다.

강 건너 불보듯이 힐끗 쳐다보고는 그냥 지나치곤 했다.

 

술이 나와, 밥이 나와.

동네 시끄럽게 왜 그러는 거야.

저런다고 되는 게 아닌데 바위에 계란치기 아닌가.

 

시위 집회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단골 시위 꾼에 관한 이야기다.

때론 적극적으로 극렬하기도 하고, 때론 소극적으로 조용하기도 하고, 때론 어떤 스탠스인지 모르기도 하고 뭐 그 런 식으로 나온다.

보는 시각은 대체적으로 비판적이었다.

노골적이든 무심결이든 그를 바라보는 것이 불편하여 안 봤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하나 미당 선생은 좀 달랐다.

방관적이었다.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보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그에 신경 안 쓰고 자신은 뚜렷한 신념을 갖거나 절박한 호구지책으로 저러는 것이다.

섣부른 판단을 할 수도 없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는 것이자 공공 질서외 미풍양속을 해치지 않는 한 그런 것이 곧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실천의 핵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이 들어가면서부터는 그들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정통 보수주의에서 진보주의로 변해가는 것이다.

그는 이례적이고 묘한 일이다.

대개는 나이 들수록 안정을 중시하는 보수측으로 기우는 데 그와는 반대로 개혁을 선호하는 진보 쪽으로 기우는 게 희한하다.

한 쪽에 너무 오래 조용히 머무르다보니 재미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현실 안주에 기울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변화를 추구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데 그를 두고 배신(배반), 변절(변신), 전향, 도피(외면)이라며 자학하고 싶진 않고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하고 싶다.

 

정열을 불태우다가 시드는 번 아웃(Burnout, 소진, 과도한 피로)도 직업적 증후근이라는데 혹시 미당 선생도......,

그런 생각으로 번 아웃에 관한 자료를 검색하다가 눈길을 끄는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환경 운동가> 라는 환경 운동가에 관한 기사였다.

감명 받았다.

조용히 응원도 하고 싶었다.

인기 없고 나오는 거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것을 대신해주는 고마운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핑계 같지만 그럴만한 여건이 안 되고, 그럴만한 용기도 없는 사람이 무언의 응원을 보내니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오늘 주일도 그럴 것이다.

성당에서 생태 환경 보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우리의 지구와 삶의 터전을 보전하기 위하여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등 한경 보호 운동을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면서 줄곧 강조하는 사항이다.

앞으로도 계속 강조가 될 텐데 강조가 강하면 강할수록 잘 안 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니 생태환경이 나아져 그런 말이 강조가 되는 게 아니라 쇠퇴했으면 한다.

관심을 갖고 가장 가깝고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는 데 기꺼이 동참해야겠다.

 

https://youtu.be/ZypC5c3zOO0?si=LyfCHQvlyqUN3zK1

김건모(Kim, Gunmo)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윤도현의 러브레터-1997년] | KBS 20030315 방송 , 다음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kimjyyhm@hanmail.ne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공학석사/전기안전기술사/PMP,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국내여행안내사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인한다는 것이  (2) 2024.09.23
외나무 다리  (3) 2024.09.23
백기사 흑기사  (6) 2024.09.21
아무렴 살만하지  (1) 2024.09.20
유柔  (6) 2024.09.19